[대구·경북] "몸이 허락하는 한 춤으로 봉사활동 합니다"

"젊었을 때 못다한 무용, 환갑 넘어 다시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저의 무용 인생은 앞으로도 계속 '고'입니다."

얼마 전 대구에서 열린 '대구 컬러풀 뽐내기 행복축제'에서 종합대상을 받은 신화식(67·사진)씨. 이 축제는 40세 이상의 중장년층이 참가하는 솜씨자랑이다. 한국 전통무용, 밸리댄스, 재즈댄스, 사물놀이, 풍물놀이, 농악 등 8개 부문에서 기량을 겨룬다.

신씨는 한국전통무용 부문에서 '한량무'를 들고 나와 2년 전 부문별 대상을 수상했고, 올해에는 종합대상을 수상함으로써 명실 공히 한국전통무용의 명인임을 뽐냈다.

그러나 신씨가 무용에 다시 도전하기까지는 40년 가까운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신씨는 세종대(당시 수도여자사범대학교) 체육학과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무용가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경북 칠곡군의 순심중·고교에서 3년간 교편을 잡다 결혼과 동시에 교사 생활을 접어야 했다. 무용가로서의 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항상 무용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아내로, 주부로, 어머니의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자식들이 장성하고 나서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 환갑을 넘은 62세 때.

여러 문화센터에 무용 과정을 등록하고 젊어서 포기해야 했던 무용에의 갈망을 충족시켜 나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강행군을 3년간 했다. "한마디로 미친 듯이 춤을 췄어요. 한의원 가서 침 맞고 뜸 뜨고 하면서 몸을 추스렸지만 마음만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경기민요를 접했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신명 덕분에 무형문화재 제57호인 경기민요의 전수자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수자로 지정되면 대부분이 학원을 열지만 단지 소리가 좋았다는 신씨는 그러지 않았다.

2년 전 "이왕 무용을 다시 시작한 건데 나의 기량을 테스트 해보자"는 생각에 '대구 컬러풀 뽐내기 행복축제'에 도전했다. 두 번이나 큰 상을 받은 것은 그런 노력과 신명의 결과물이었다. 그가 선보인 것은 남성적이고 장엄한 형식의 '한량무'다.

"비록 동작은 매우 정적이지만 무대에 서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만큼 만만치 않은 춤이에요."

무용을 다시 하게 되면서 달라진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동안 자주 가던 해외여행도 그만두었다. 무용으로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자는 취지에서 병원 등 여러 시설에 봉사활동도 부지런히 다닌다.

경연대회의 시상대는 후배들에게 양보하려고도 한다. 그러나 신씨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한다. "앞으로 몸이 허락하는 한 춤과 소리로 봉사하고 싶어요." 지금도 신씨는 매일 대구 고산문화센터에 나가 춤과 소리로 자신을 가다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