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충청도 양반] "숲 사랑 44년, 이제 '보물산' 됐어요"

"산은 물이나 공기와 같아요. 우리가 평소 잘 느끼지 못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입니다. 게다가 산은 잘만 하면 논밭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려줄 수 있습니다."

충남 금산의 '대둔산(진산)자연휴양림' 유숭열(64) 대표는 최근 대둔산 자락 자신 소유의 산에서 산삼을 발견했다. 비록 10년생쯤 되는 28뿌리에 불과하지만 그의 기쁨은 남다르다. 고소득을 올려주는 '보물산'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그의 신념을 뒷받침해주는 하나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 대표의 주요 관심은 버섯이나 나물 재배, 목재 생산 같은 1차 산업이 아니다.

"대부분의 산림경영은 아직도 1차산업에 머물고 있는데 저는 3차산업을 통해 성공해보고 싶어요. 산림휴양 및 레저, 산림치유를 통한 고부가가치 실현이 그것이죠."

유 대표는 자신의 산에 통나무집 22채를 지어 1998년부터 자연휴양림을 운영하고 있다. 통나무집 중 일부는 자신의 산에서 직접 채취한 낙엽송으로 지었다. 2008년엔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방문해 하루 묵기도 했다. 대둔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까지 곁들여져 인기가 높은 휴양림이다.

요즘은 휴양림에 이어 숲 치유를 겸한 한의원, 음식점 등 다양한 실험에 매달리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한 임업인 양성 전문대 설립도 구상 중이다.

유 대표가 임업인의 길에 들어선 것은 그의 선친 유창영씨와 그의 작은아버지이자 야당 당수로 유명한 유진산 전 의원의 뜻을 따라서다. 이들은 1968년 30ha에 이르는 산을 물려주면서 '조건'을 달았다. "대규모로 인삼을 경작할 경우 영세 인삼농가가 피해를 입어 많은 자녀들의 공부를 가로막게 되니 인삼은 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산에서 특별히 돈벌이 될만한 것이 없던 때였다.

"이곳 행정구역 이름이 금산군 진산면 묵산리입니다. '산(山)'이 세개나 들어가 있으니 임업 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유 대표는 임업에 뛰어들면서 단순히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산의 경제적 가치 제고'란 목표 아래 일을 해나갔다. 꾸준한 조림(造林)과 육림(育林)은 기본이었다. 벌거벗은 곳에 나무를 심는 한편, 조경수와 유실수를 비롯해 낙엽송, 잣나무, 단풍나무 등 경제성 높은 나무로 수종 갱신을 해나갔다. 가지치기, 방제 등 관리에도 정성을 쏟았다. 시간이 나면 틈틈이 화재예방, 작업편의 등을 위해 임도(林道)를 닦았다. 산사태를 예방하고 산불이 났을 경우 소방차나 헬기 급수를 위해 1985년부터 사방댐도 4개나 만들어뒀다.

이렇게 수입은 별로 없이 투자만 계속하는 시간이 20년 이상 흘렀다. 넓은 땅이 있었지만 정작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고소득원이 된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산과 숲에 대한 남다른 열정 덕에 1976년 산림청으로부터 모범독림가로 지정받았다. 2011년엔 한국관광공사에서 휴양림을 우수 숙박시설로 지정했다.

"선친은 일제치하, 토지개혁, 6·25 전쟁 등 험난한 세월 속에서도 꿋꿋하게 산을 지키셨어요. 전 산을 지켜야 할 의무만 있을뿐 산을 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유 대표는 오히려 270ha로 면적을 크게 늘렸다. 근검절약하면서 약간의 돈만 생기면 산을 산 덕분이었다.

"투자 기간이 긴 데 비해 회수는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산림경영에 신경쓰지 않고 있습니다. 아까운 산림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지요. 잘만 하면 얼마든지 보물이 가득한 산으로 만들 수 있는데…."

유 대표는 "우리나라는 산이 매우 많고 상당 부분이 사유림이지만 임업인, 사설 휴양림 등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적다"며 "산림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041)753-4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