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외교·문화계 인사들 청포묵에 반하다

30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도 유서 깊은 장식 미술 박물관으로 꼽히는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뮤지엄'. 1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국립 박물관 안에서 한·영 두 나라의 외교·행정·문화계 인사 300여명이 비빔밥과 갈비찜을 나눠 먹는 독특한 '문화 축제'가 열렸다. 런던올림픽 기간 우리 문화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기획된 축제 '오색찬란, 한국의 색을 입히다'의 세부 행사 중 하나였다. 문화부·해외문화홍보원·주영한국문화원·CJ푸드빌이 함께 진행했다.

영국 측에선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 세바스찬 코(Coe), 런던 부시장 에드워드 리스터(Lister), 사우스뱅크센터 예술감독 주드 켈리(Kelly), 영국무역투자청 대표 닉 베어드(Baird), V&A 박물관 관장 마틴 로스(Roth), 런던 디자인 뮤지엄 관장 데얀 수직(Sudjic)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선 최광식 문화부 장관과 박용성 대한체육회(KOC) 회장, 노희영 CJ 브랜드전략 고문, 이상봉 패션디자이너 등이 함께했다.

"이건 청포묵입니다. 이걸 잘라서 그릇에 담습니다. 이 위에 야채를 살짝 올리고 간장 소스를 끼얹으면 완성입니다. 맛도 신선하고 만들기도 간편합니다."

이날 밤 9시 30분쯤, 박물관 내 라파엘 갤러리(The Raphael Gallery)에서 요리사 강레오·김소희씨가 한식 만드는 법을 직접 보여주면서 유창한 영어로 설명하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잠시 후 식탁 위에 이들이 만들었던 청포묵 샐러드가 놓이자, 마틴 로스 V&A 관장은 한입 맛보고 난 뒤 "보기에도 아름답고 맛도 참 훌륭하다"고 했다.

하이라이트는 한식 만찬이었다. 청포묵 샐러드와 잔치 국수, 비빔밥과 갈비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호떡 디저트까지 이어지는 정찬을 맛본 영국 측 참석자들은 "신선하고 건강한 맛"이라고 평했다. 영국의 유명 음식 칼럼니스트 헨리에타 그린(Green)씨는 "조리법과 재료가 매우 흥미롭다. 신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라고 했다.

박물관 안에선 화재의 위험 때문에 직접 요리를 할 수 없어 이날 행사 관계자 60여명은 미리 300인분의 음식을 조리해 놓고, 이를 전기 오븐에 재빨리 데워 날라야만 했다. 강레오 셰프는 "유서 깊은 장소에서 진행하는 만찬인 만큼 각별히 신경 썼다. 외국인 중엔 채식주의자도 많기 때문에 참석자의 음식 취향을 미리 파악해 채식주의자에겐 갈비찜 대신 두부 스테이크를 제공했다"고 했다.

만찬에 앞서 참석자들은 이상봉 디자이너가 우리나라 고유의 문양인 단청(丹靑)과 조각보를 주제로 만든 여성복 패션쇼를 감상했다. 외국인 모델들은 이씨가 단청의 빛깔과 무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원피스와 재킷을 입고 나왔다. 이씨는 "기와 조각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독특한 형태의 모자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