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세계최대 정전… 국토 절반, 6억명 피해

인도에서 31일 현재 11년 만에 발생한 이틀간의 최악 정전 사태로 28개 주(州) 가운데 북동부 20여개 주에서 전기 공급이 중단돼 인도 인구의 절반 이상인 6억2000만명이 불편을 겪었다고 인도 힌두스탄 타임스가 31일 보도했다.

이번 정전 사태는 지난 30일 수도 뉴델리를 포함한 인도 북부 7개 주에서 전력 공급이 중단돼 3억6000만명이 정전 피해를 보면서 시작됐다.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실쿠마르 신데 인도 발전부 장관은 "일부 주에서 전기를 너무 많이 소비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태는 2001년 북부 인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11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30일 저녁 북부 지역 전력 공급망이 정상화되면서 정전 사태는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31일 오후 1시쯤 북부 지역에 또다시 정전이 발생했다. 이와 동시에 동부·북동부 지역의 전력 공급도 중단됐다고 BBC는 전했다.

이번 정전으로 기차 운행이 350편 이상 중단됐고, 인구 약 1600만명의 뉴델리에서는 180만명이 이용하는 전철 운행이 중단됐다. 교통신호 체계도 마비돼 시민들은 교통 대란을 겪었다. 또한 야간에도 섭씨 30도가 넘는 고온과 습도 89%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정전으로 선풍기와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어 많은 시민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집 밖에서 밤을 지새웠다.

산업 피해도 발생했다. 30일 대규모 정전 사태로 발생한 기업 피해액이 1억달러(약 1120억원)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이틀째 지속된 블랙아웃으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병원과 주요 산업체는 예비 발전기를 가동해 자체 전력을 충당했다. 웨스트벵갈주 석탄 광산 세 곳에서는 전기 공급 중단으로 31일 엘리베이터 가동이 멈추면서 광부 200여명이 지하에 갇혔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광산 업체 관계자는 "광부들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이 복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광부들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 발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인도 발전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2주 안에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에서는 그동안 정전 사고가 자주 발생해왔다. 전문가들은 빠른 경제성장으로 전력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발전 설비가 낙후한 것을 잦은 정전의 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한 최근 기온 상승으로 추가 전력 수요가 발생한 것도 정전 사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 전력 공급량은 최대 전력 사용량보다 평균 9% 정도 부족하며, 만성적인 전력난이 연간 경제성장률을 1.2%포인트 떨어뜨리는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인도는 주로 석탄을 태워 화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지만, 환경 관련 법 규정은 무분별한 광산 개발을 막고 있어 전력 공급에 필요한 석탄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현재 발전 비중의 3%에 머물고 있는 원자력발전을 2050년까지 2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개발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