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공화국' 한국] 61세 이상 성범죄자 작년 1070명… 3년새 50% 급증

작년 11월 말 부산지법은 초등학생을 수차례 성폭행(강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민모씨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민씨는 2007년 동네에 살던 초등학생 A양(당시 12세)에게 용돈을 주겠다며 자기 집으로 유인해서 성폭행한 것을 시작으로 3년여간 10여 차례 성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소 당시 민씨의 나이는 77세였다. 80이 다 된 노인이 손녀뻘인 동네 어린이를 성폭행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비록 노인이긴 하지만) 민씨를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7년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민씨는 출소 이후에도 6년간 전자발찌를 차고 다녀야만 한다.

2009년 부산에 살던 70세 김모씨는 같은 건물에 살던 시각장애 여성(35)에게 "과자 심부름을 해주겠다"고 접근했다. 이 여성의 집 안까지 발을 들이게 된 김씨는 여성을 폭행해 제압한 후 성폭행했다. 그때 한 번이 아니었다. 이후 약 3년 동안 여성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 여성은 수사기관에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발걸음 소리, 현관문이 끼익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죽고 싶었다"고 호소했다. 여성은 성폭행을 당한 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도 털어놓았다.

60대 이상, 심지어 80살에 가까운 노인이 성폭행범으로 처벌받고 언론에 오르내리는 건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법원 관계자는 "요즘 수사 기록을 살피다 보면 수사기관에서 노인 성범죄자에게 '발기부전치료제를 먹고 범행에 나섰느냐'고 묻는 대목이 종종 등장한다"며 "'과연 생물학적으로 가능할까' 의심이 드는 70대 후반 성폭행범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성범죄 가해자 가운데 61세 이상 노인이 710명이었던 것이 작년엔 1070명으로 3년 사이에 50% 넘게 급증했다. 대검이 정리한 작년 아동 상대 성범죄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60대는 77명으로 전체의 9%, 70대 이상은 27명으로 전체의 3%를 차지했다. 60대 이상이 106명으로 20대(95명)보다 더 많고, 50대(115명)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노인 성범죄자 문제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으로는 지난 2007년 8월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74세 노인이 20대 여성 등을 배에 태운 뒤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살인범 오모씨는 자신의 배에 탄 여성에게 "작년부터 성관계를 못 하고 있는데 가슴이라도 만져보자"며 달려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령임에도 평생 어부로 살아온 그는 어렵지 않게 피해 여성을 제압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오씨는 교도소에서도 "나는 억울하다"고 했지만 그의 이웃들은 "오씨가 평소에도 그렇게 여자를 밝혔는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성범죄자는 자기보다 약한 처지에 있는 아동·노인·장애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취약계층에 대한 범죄인 만큼 아무리 가해자가 '고령'이라도 관대한 처벌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두나(33)씨는 "힘없는 노인이라고 해서 성범죄의 방식이 덜 잔인한 게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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