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고추장… 영국 시장 뚫은 '한국의 맛'

지난 30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인근 뉴몰든(New Malden)에 위치한 대형마트 테스코(Tesco)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바로 정면의 길이 20m 진열대에 간장·고추장·불고기 양념장·라면 등 낯익은 한국 식품이 눈에 들어왔다.

김치와 산적구이, 비빔밥 등 한식(韓食)과 한국 과자를 맛볼 수 있는 시식코너도 마련됐다. 딸과 함께 쇼핑 나온 주부 캐서린(42)씨는 "한국 음식은 양념이 독특하고 맛있다"며 고추장과 간장을 집어들었다. 직원에게 김 먹는 방법을 물어본 그는 "한국 쌀을 사서 밥을 지어봐야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와 코트라(KOTRA)는 이날 영국 최대 유통업체 테스코와 손잡고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식품전을 개최했다. 한국 식품회사 25곳이 참여해 한식 시식회와 함께 150여 종류의 상품을 선보였다. 작년 행사는 한식 소개 위주였으나 올해는 간장·호박죽·김·소주 등 영국인에게 인기있는 품목을 납품해 9월부터 상시 판매하기로 했다.

테스코는 뉴몰든 매장을 시작으로 영국 내 3000여 테스코 매장에서 한국 식품 판매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테스코의 이안 허친스(Hutchins) 이사는 "영국 주요 유통업체에 한국 식품이 정식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 식품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테스코 납품업체로 선정된 곳 중에는 CJ·롯데 등 대기업뿐 아니라 국제식품·고려수산 등 중소 식품회사도 여럿 포함됐다. 현미녹차를 납품하는 국제식품 선정호 상무는 "까다로운 납품 조건을 맞추기 위해 성분표시법 등을 모두 바꿨다"며 "테스코 같은 세계적 유통업체의 파트너가 되면 다른 해외 시장 개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지식경제부 조석 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도 한국 식품기업의 유럽 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앞으로는 한국 식품은 물론이고 불고기 조리기구 등을 함께 판매해 외국인이 한식 요리를 집에서 직접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열대에서 군만두와 과자를 고른 시실리(25)씨는 "한국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데 음식문화도 접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뉴몰든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교포 홍은배(39)씨는 "한국 식재료를 더 빠르고 신선한 상태로 구매할 수 있어 외국인에게 더 맛있는 한식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