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다른 나] "본업으로 바람 전하고, 취미로 바다 살려요"

지난 5월 31일 '바다의 날'에 저는 올해도 어김없이 스킨스쿠버 장비를 챙겨서 경남 창원시 장천항 일대를 찾았습니다. 동료와 함께 스킨스쿠버 기술과 장비를 활용해 일반인이 하기 어려운 바다 수중 정화 활동을 할 때마다 제 마음까지 정화되는 듯한 뿌듯함을 느낍니다. 물속의 폐기물을 건져 올리는 작업에 몸이 고단할 때도 있지만 휴식 시간에 맛보는 시원하고 달콤한 바닷바람에 어느덧 피로는 사르르 녹아버립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깊게 들이켤 때 느껴지는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요.

스킨스쿠버를 시작하면서 바다와 사랑에 빠졌고, 그래서 바다 청소를 하고 있는 저는 LG전자 AE사업본부 소속 생산라인 반장입니다. LG전자 에어컨 휘센의 창원2공장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에어컨을 적기에 생산해 많은 사람에게 일등 바람을 전하는 것이 저의 업무입니다.

대부분 사람이 스킨스쿠버를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킨스쿠버는 안전 수칙만 잘 지키고 연습만 충실히 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입니다. 체내 지방 감소는 물론이고 수압으로 전신 마사지 효과도 누릴 수 있으며 폐활량도 늘어나는 건강한 레저 스포츠입니다. 스킨스쿠버를 시작할 무렵에는 근육량이 부족하고 배도 나와 볼품없던 제 몸매가 지금은 근육질의 건강한 몸매로 다져졌을 정도니까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바다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되었습니다. TV를 통해 신기한 바다 생물들과 바다 깊은 곳의 환상적인 풍경을 볼 때마다 바닷속에서 꼭 한번 바다 생물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헤엄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막연하게 꿈을 꾸던 중 회사 내에 '돌핀회'라는 스킨스쿠버 동호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입했습니다. 처음 스킨스쿠버를 시작하자마자 재미에 흠뻑 빠져서 3주 만에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지금도 처음 바다에서 스킨스쿠버를 했던 2003년 여름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스쿠버를 배우고 처음으로 국도라는 섬 근처에서 잠수한 날입니다. 보통 수심 20m 정도가 아마추어 다이버들에게 안전한 표준 깊이인데, 초보자였던 저는 선배에게 부탁해 수심 35m나 되는 깊은 바다 잠수에 도전했습니다. 지금은 잠수에 익숙해져서 수심계를 보면서 천천히 호흡하며 편안하게 내려가지만 처음에는 깜깜한 수중을 긴장한 마음으로 내려가는데 뭔지 모를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왜 아직 바닥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혹시 내가 잘못 내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에 무척 떨렸습니다. 수심 5m 지점부터 눈앞에 환하게 펼쳐지는 수중 장관에 그제야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바닷속 광경에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너무나 기쁘고 흥분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와' 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물도 연거푸 마셨습니다. 형형색색의 각종 물고기와 산호초, 해산물 등을 눈앞에 마주한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날의 감동을 기억하며 저는 스킨스쿠버 동호회원들과 함께 전국의 바다를 누비고 있습니다. 남해의 국도와 안경섬, 울릉도 등 국내에는 가보지 않은 바다가 없을 정도입니다. 내년에는 조금씩 비용을 모아 해외 바다도 정복해볼 계획입니다.

이렇게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전국을 누비던 어느 날 저는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를 후손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바다 및 습지 보호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다를 사랑하는 만큼 바다를 아끼고 보전하는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2005년부터 동호회원들과 함께 바다나 습지를 찾아 스킨스쿠버도 즐기고 환경 정화 활동도 했습니다. 특히 2007년에는 '2008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 창원시와 민·관·군 합동으로 진행됐던 습지 보전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08년 3월 제16회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하여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린 '경남 물·지구 엑스포'에서 제가 속한 '돌핀회'가 환경부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취미생활을 통해 다진 재능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고 장관 표창까지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습니다. 처음 스킨스쿠버를 시작할 때 다소 비싼 장비를 구입해서 핀잔을 줬던 아내도 이날은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저는 일상생활에 지치고 힘든 일이 생기면 바다를 찾습니다. 바닷속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는 동안만큼은 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고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깊고 고요한 바다에서 물고기들과 인사하고 리듬에 맞춰 수영할 때마다 삶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얻습니다. 지금 네 살, 여섯 살인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스킨스쿠버를 함께하며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는 것이 저의 또 다른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