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옷 입고, 8시간 기다리고, 3분 찍고… 아 힘들다
입력 : 2012.08.01 23:52
영화 '12월23일' 촬영 현장 보조출연 직접 경험해봤다
두꺼운 가죽재킷 입고 대기, 슛 사인 들어가자 입 '꽁꽁'
대사 있는 출연자 '1선'은 배우·카메라 가까이 앉아
출연료 4만원도 못 받아… TV 드라마보다 적은 현실
관객 445만명(7월 31일 기준)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연가시'의 박정우 감독은 "살인 기생충 연가시에 감염돼 물에 뛰어드는 보조 출연자들을 섭외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아역 보조 출연자를 구하지 못해 겨울에 아홉 살짜리 아들을 분수대 속으로 뛰어들게 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 영화가 공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기생충에 집단 감염돼 갈증을 호소하며 겨울 강물에 뛰어드는 연기를 한 200명 넘는 보조 출연자들 덕분이었다.
영화를 실감 나게 살려주는 역할을 하면서도 '배우'로는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게 바로 보조 출연이다. 이환경 감독이 연출하고 있는 영화 '12월23일'(올겨울 개봉 예정) 촬영장에서 직접 보조 출연 경험을 해봤다.
◇여름에 한겨울 옷 입고 땀 뻘뻘
지난 30일 경기도 일산 탄현동의 한 교회. 오전 10시쯤 되자 교회 예배실에 두꺼운 겨울 코트를 입고 목도리를 둘러맨 엑스트라 100여명이 쏟아져 들어왔다. '12월23일'의 보조 출연자들이다. 이날은 목사가 된 전과자 '방장'(오달수)이 교회에서 신도들과 예배를 보는 장면을 찍을 예정이었다.
예배 장면이라서 그런지 60대 이상이 보조 출연자의 절반을 넘었고, 남자보다는 여자가 약간 더 많았다. 스태프들은 나이대와 성별·인상에 따라 자리를 지정해줬다. 한 스태프는 "배우들 주변이나 카메라와 가까운 곳에 두는 보조 출연자들을 '1선'이라고 한다. (배우들 뒷자리에 앉은 백발의 70대 남녀를 가리키며) 이분들처럼 보자마자 딱 느낌이 오면 1선이다"라고 했다.
영화 속 배경이 겨울인 탓에 보조 출연자들의 준비물은 두꺼운 외투였다. 이날 최고기온은 섭씨 31도. 촬영이 시작되자 소음 때문에 에어컨을 끄고 창문과 출입문을 모두 닫았다. 기자도 가죽 재킷을 몸에 걸치니 찜질방 불가마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온몸이 후끈거렸다.
영화를 실감 나게 살려주는 역할을 하면서도 '배우'로는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게 바로 보조 출연이다. 이환경 감독이 연출하고 있는 영화 '12월23일'(올겨울 개봉 예정) 촬영장에서 직접 보조 출연 경험을 해봤다.
◇여름에 한겨울 옷 입고 땀 뻘뻘
지난 30일 경기도 일산 탄현동의 한 교회. 오전 10시쯤 되자 교회 예배실에 두꺼운 겨울 코트를 입고 목도리를 둘러맨 엑스트라 100여명이 쏟아져 들어왔다. '12월23일'의 보조 출연자들이다. 이날은 목사가 된 전과자 '방장'(오달수)이 교회에서 신도들과 예배를 보는 장면을 찍을 예정이었다.
예배 장면이라서 그런지 60대 이상이 보조 출연자의 절반을 넘었고, 남자보다는 여자가 약간 더 많았다. 스태프들은 나이대와 성별·인상에 따라 자리를 지정해줬다. 한 스태프는 "배우들 주변이나 카메라와 가까운 곳에 두는 보조 출연자들을 '1선'이라고 한다. (배우들 뒷자리에 앉은 백발의 70대 남녀를 가리키며) 이분들처럼 보자마자 딱 느낌이 오면 1선이다"라고 했다.
영화 속 배경이 겨울인 탓에 보조 출연자들의 준비물은 두꺼운 외투였다. 이날 최고기온은 섭씨 31도. 촬영이 시작되자 소음 때문에 에어컨을 끄고 창문과 출입문을 모두 닫았다. 기자도 가죽 재킷을 몸에 걸치니 찜질방 불가마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온몸이 후끈거렸다.
오후 2시쯤이 되자 더위 때문에 숨이 턱 막히고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 보조 출연자 대부분은 외투를 벗고 부채질을 하거나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았다. "어이구, 더워라. 언제 끝나"라는 볼멘소리도 들렸다. 스태프 두 명이 촬영장을 돌아다니며 자는 사람을 깨우고 농담도 건네면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달랬다.
이날 촬영 분량은 실제 영화에선 10분도 채 안 들어가지만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촬영 현장에 있어야 했다. 옆자리의 70대 할머니에게 "지겹지 않으냐"고 물어보자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잘 기다리는 거다. (가방 속 떡을 보여주면서) 난 간식을 먹으면서, 어떤 사람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오전에는 배우들이 주로 연기를 했고 보조 출연자들은 카메라에 뒷모습밖에 비치지 않아 소리만 내면 됐다. 오후에는 보조 출연자들의 앞모습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했다. 주어진 연기는 빠박이(박상면)의 간증과 방장의 설교에 신도들이 열광적으로 호응하는 것. 스태프들은 "배우들의 대사가 끝날 때마다 '아멘' '할렐루야'를 외쳐주세요. 성령이 충만한 표정도 함께 지으세요"라고 주문하곤 보조 출연자 네 명을 지정해 "울먹이거나 두 팔을 벌려 기도해달라"고 했다.
슛 사인이 들어왔는데도 기자는 고개를 계속 숙인 채 두 손을 맞잡고 멀뚱히 앉아 있었다. '아멘'을 외쳐야 할 때가 왔지만 그 말은 입안에서 맴돌기만 할 뿐이고 고개를 들기도 힘들었다. 스태프가 다가와 "카메라에 잡히는 위치에 있으니 연기를 해야 한다. 진짜 감동했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하라"고 했다. 한 장면을 촬영하는 데 걸린 시간은 3~5분 정도였지만 마치 하루처럼 길게 느껴졌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니 일부 출연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눈가에 눈물까지 고인 채 '할렐루야, 아멘'을 외쳤다. 배우 박상면 바로 뒷자리에 앉은 정영난(78)씨는 "아는 사람이 돈도 벌고 TV에도 나온다고 해서 호기심에 시작한 게 벌써 30년이다. 그동안 '욕쟁이 할머니'로 나와 대사도 몇 번 해봤고, CF에도 출연했다"고 했다.
◇용돈 벌러 나온 직장인·자영업자
이날 엑스트라 100여명은 보조 출연 전문 업체에서 섭외했다고 한다. 보조 출연 업체 아이디(ID)의 이옥희 실장은 "고정적으로 섭외가 가능한 사람은 1000~1500명 정도로 갓난아기부터 60~70대까지 성별과 연령대가 다양하다. 한 번에 가장 많은 인원을 섭외한 게 1200명이다"라고 했다. "주부와 퇴직자가 많고, 주말이나 야간 촬영만 하는 직장인·자영업자나 아르바이트로 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배우를 꿈꿨던 사람들이 재미로 하는 경우도 있죠."
이 실장은 "보조 출연자는 오전 8시~오후 6시 촬영을 기준으로 보수를 주는데 지방에 가면 1만~1만5000원을 더 주고, 대사를 하거나 야간 촬영을 할 땐 금액을 따로 정한다"고 했다. "보수가 너무 적어 차마 밝힐 수가 없어요. 방송계에선 4만원을 주는데 영화계에선 그것보다 더 적게 주거든요."
이날 촬영 분량은 실제 영화에선 10분도 채 안 들어가지만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촬영 현장에 있어야 했다. 옆자리의 70대 할머니에게 "지겹지 않으냐"고 물어보자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잘 기다리는 거다. (가방 속 떡을 보여주면서) 난 간식을 먹으면서, 어떤 사람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오전에는 배우들이 주로 연기를 했고 보조 출연자들은 카메라에 뒷모습밖에 비치지 않아 소리만 내면 됐다. 오후에는 보조 출연자들의 앞모습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했다. 주어진 연기는 빠박이(박상면)의 간증과 방장의 설교에 신도들이 열광적으로 호응하는 것. 스태프들은 "배우들의 대사가 끝날 때마다 '아멘' '할렐루야'를 외쳐주세요. 성령이 충만한 표정도 함께 지으세요"라고 주문하곤 보조 출연자 네 명을 지정해 "울먹이거나 두 팔을 벌려 기도해달라"고 했다.
슛 사인이 들어왔는데도 기자는 고개를 계속 숙인 채 두 손을 맞잡고 멀뚱히 앉아 있었다. '아멘'을 외쳐야 할 때가 왔지만 그 말은 입안에서 맴돌기만 할 뿐이고 고개를 들기도 힘들었다. 스태프가 다가와 "카메라에 잡히는 위치에 있으니 연기를 해야 한다. 진짜 감동했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하라"고 했다. 한 장면을 촬영하는 데 걸린 시간은 3~5분 정도였지만 마치 하루처럼 길게 느껴졌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니 일부 출연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눈가에 눈물까지 고인 채 '할렐루야, 아멘'을 외쳤다. 배우 박상면 바로 뒷자리에 앉은 정영난(78)씨는 "아는 사람이 돈도 벌고 TV에도 나온다고 해서 호기심에 시작한 게 벌써 30년이다. 그동안 '욕쟁이 할머니'로 나와 대사도 몇 번 해봤고, CF에도 출연했다"고 했다.
◇용돈 벌러 나온 직장인·자영업자
이날 엑스트라 100여명은 보조 출연 전문 업체에서 섭외했다고 한다. 보조 출연 업체 아이디(ID)의 이옥희 실장은 "고정적으로 섭외가 가능한 사람은 1000~1500명 정도로 갓난아기부터 60~70대까지 성별과 연령대가 다양하다. 한 번에 가장 많은 인원을 섭외한 게 1200명이다"라고 했다. "주부와 퇴직자가 많고, 주말이나 야간 촬영만 하는 직장인·자영업자나 아르바이트로 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배우를 꿈꿨던 사람들이 재미로 하는 경우도 있죠."
이 실장은 "보조 출연자는 오전 8시~오후 6시 촬영을 기준으로 보수를 주는데 지방에 가면 1만~1만5000원을 더 주고, 대사를 하거나 야간 촬영을 할 땐 금액을 따로 정한다"고 했다. "보수가 너무 적어 차마 밝힐 수가 없어요. 방송계에선 4만원을 주는데 영화계에선 그것보다 더 적게 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