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주택대출 담보 초과분 신용대출로 전환"

개인사업자 김모(49)씨는 2009년 서울 구로구에 있는 30평형대 아파트를 3억2000만원에 샀다. 은행에 아파트를 담보로 잡히고 3년 만기 일시 상환 조건의 주택담보대출로 1억8900만원을 빌렸다. 당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인 60%(나중에 50%로 인하)를 꽉 채워서 돈을 빌린 것이다. 3년 후인 올해 초 대출금 상환시기가 도래해 만기를 연장하려고 하는데 LTV가 문제가 됐다. 아파트 가격이 2000만원 정도 떨어졌고, 떨어진 집값으로 계산하니 LTV가 64%로 높아져 버렸다. 은행에선 LTV 한도를 넘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만기를 연장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김씨는 백방으로 뛰어 1200만원을 구해 원금 일부를 갚은 뒤에야 대출을 1년 연장할 수 있었다.

◇주택대출의 15%가 LTV 한도 넘어선 '위험 대출'

집값 하락 여파로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15%가량이 김씨처럼 원금 일부를 갚아야 대출 만기 연장이 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 282조원 가운데 LTV가 60%를 넘는 대출이 44조원(15.6%)에 달한다. 이 대출금은 이미 LTV 기준을 초과해 만기 연장 때 원금 일부를 갚아야 하는데, 이런 상황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만기를 연장한 15조3000억원의 대출 가운데 1만5000건은 LTV 한도 초과나 대출자의 신용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2800억원대의 일부 원금을 갚아야 했다. 대출금의 2% 수준이다.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44조원의 대출금 가운데 2% 정도인 9000억원가량의 원금을 갚아야 만기 연장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집값이 더 떨어지면 대출자들이 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금융 당국, "신용 대출이나 장기분할 상환으로 전환"

집값 하락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주택담보대출 연착륙 대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시중 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모아 집값 하락으로 LTV 한도(서울·수도권 50%, 지방 60%)를 초과한 경우 초과분을 상환하도록 하는 대신 신용대출로 전환해주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1일 밝혔다. 대출자의 신용등급이 낮아져 신용대출이 어려운 경우는 한도 초과 대출금만 5~10년의 장기분할 상환 방식으로 전환해 주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금감원은 또 집값이 크게 떨어진 인천, 용인, 과천, 분당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현황 파악을 시중 은행들에 긴급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 들어 5월까지 만기를 연장한 주택대출 가운데 순전히 LTV 초과로 원금 일부를 상환한 것은 550건, 58억원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대출자의 신용등급 악화 요인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아직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지만, 집값이 더 떨어지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LTV 초과 대출금을 신용대출로 전환할 경우 금리가 높아져 대출자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6월 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차는 3.1%포인트다. 이 금리차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5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3억원을 빌렸는데, 집값이 1억원 떨어져 LTV 초과분을 신용대출로 전환하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연간 186만원 늘어난다.

☞LTV(Loan To Value ratio ·주택담보인정비율)

은행이나 보험사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할 때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한 금액의 비율. 예를 들어 LTV가 60%면 1억원짜리 주택에 대해 6000만원까지, LTV가 50%면 5000만원까지 은행에서 빌릴 수 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은 LTV 50%, 그 외 지역은 60%가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