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우익 압력 이겨낸 '위안부 사진전' 서울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많이 아는 듯하지만, 중일전쟁 때 중국으로 끌려가 고국으로 돌아오지 않은 분들이 많다는 사실은 잘 모릅니다. 그들은 일제에 의해 청춘을 짓밟혔고, 지금도 가난과 외로움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사진을 통해 그분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도쿄 니콘살롱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전을 열려다 취소를 통보받고 우여곡절 끝에 전시를 연 재일 사진가 안세홍(41·사진)씨. 그가 사진과 함께 서울을 찾는다. 오는 7~26일 서울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리는 사진전 제목은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다. 일본 우익단체의 압력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6월 26일 도쿄에서 개막해 7월 9일까지 7900여명의 관객을 모았던 바로 그 사진전이다. "일본 사진전 관람객 절반이 20~30대였습니다. 이들은 의외로 자신들의 역사적 치부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내 사진전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일본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합니다."

이번 서울 전시작은 모두 40여점. 13세 때 위안부로 차출당한 고(故) 배삼엽 할머니의 얼굴에 깊게 팬 주름에는 통한(痛恨)이 서려 있다. 22세 때 동원당한 고(故) 박대임 할머니는 사진 속에서 "당시 생각만 해도 눈물이 절로 난다"며 눈물을 훔친다. 2001년부터 중국에 남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을 찍어온 안씨는 "올 10월 중순에 다시 중국 후베이성, 헤이룽장성 등지로 가 할머니들을 뵙고 사진을 찍을 계획이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할머니뿐 아니라 중국·대만·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지역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도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했다.

안씨에겐 한 가지 숙제가 더 남아있다. 도쿄 니콘살롱 전시는 안씨가 "장소를 제공하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안씨의 손을 들어준 덕에 개최했지만, 9월 13~19일 열기로 했던 오사카 니콘살롱 전시에 대해 니콘 측이 "열어줄 수 없다"고 1일 통보해 온 것이다. 안씨는 "이달 20일쯤 다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낼 계획"이라며 "니콘 측은 사과도 못하겠다고 하고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 끝까지 싸워서 이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