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960~80년대 신도시를 노년층 위한 주택·병원 도시로 리모델링

일본 정부가 의료 시설과 직장·주거지가 한곳에 밀집해 있는 '의(醫)·직(職)·주(住) 근접화 도시'를 고령 사회의 새로운 도시 모델로 제시했다. 2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지속 가능하고 활력 있는 국토 지역 만들기' 정책에 따르면 '의직주 근접화 도시 모델'은 의료, 노인 복지시설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동일 공간에 집약적으로 배치한 형태다. 특히 의료·복지시설을 노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기능을 배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간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 형태는 자녀를 둔 샐러리맨 부부를 위해 1960~80년대에 개발된 교외형 뉴타운(신도시)이었다. 뉴타운은 자녀가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아파트를 배치하고 넓은 공원과 풍부한 녹지를 두는 젊은 부부 중심의 도시였다. 반면 '의직주 근접화 도시'는 노인들이 도보로 병원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기능을 한곳에 밀집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일본이 뉴타운 개발 이후 한 세대 만에 도시 개발 모델을 바꾸기로 한 것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빈집이 속출하고, 신도시가 젊은 부부 중심으로 돼있어 노인이 생활하기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사카 센리 뉴타운의 사타게다이(佐竹台) 지구는 2035년에 당초 인구의 78%가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의직주 근접화 도시를 후쿠오카현 이즈카(飯塚)시 등 3~4개 도시에 실험적으로 적용한 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즈카시에서는 도시 중심가에 있는 쇼핑센터와 버스 환승 센터를 허물고 노인 의료 시설과 보육원, 고령자용 주택이 포함된 공동주택 시설을 배치하는 개발 사업을 이미 진행 중이다.

1964년 완공된 지바(千葉)현 가시와(柏)시 도요시키다이(豊四季台) 단지도 고령자를 위한 도시 모델로 재개발 중이다. 전체 5000가구 규모의 단지를 재개발해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자용 주택과 노인 요양원 등을 설치한다. 도요시키다이 단지는 재개발 계획 단계에 의료·노인 복지 전문가들이 참여해 노인 편의성을 중시했다. 이 단지의 또 다른 특징은 노인요양원·유치원·쇼핑센터 등에 은퇴자의 파트타임 고용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단지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도쿄대 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 야토미 나오미 연구원은 "일을 하는 것이 고령자의 건강 유지에 효과가 높기 때문에 노인 복지시설과 쇼핑센터에 은퇴자 고용을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고스기(小杉) 역세권에도 주택·의료·노인복지시설·보육시설·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도쿄도 등 자치단체들도 간병·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자용 주택 확대를 위해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고령자용 주택은 혼자 사는 노인에게 24시간 간병 서비스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대주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