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레이·스파크 잘 팔린다는데 업계는 울상?

'불황엔 역시 경차(輕車)!'

경기 침체로 국내 완성차 내수가 크게 줄고 있지만 경차는 되레 판매가 급증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깨고 있다. 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올 1~7월 국내에서 팔린 경차는 12만4400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4%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81만2700대)가 작년보다 5.7% 줄어든 것과 대조되는 실적이다.

◇경차 왜 잘 팔리나

경차 판매 급증은 고유가와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올 들어 경차시장에 신모델인 기아차 레이가 추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간 경차시장은 기아차 모닝과 한국GM 스파크가 양분하고 있었다.

경차 구입에 따른 많은 혜택도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경차는 신차 가격이 1000만원 내외로 초기 구입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차값의 7%에 달하는 취·등록세도 면제된다. 휘발유엔진·자동변속기 기준 공인 연비도 리터(L)당 17~19km로 중형 세단보다 30%가량 기름을 덜 먹는다. 고속도로 통행료나 공영주차장 주차요금도 50% 할인된다. 경차는 엔진 배기량 1L, 차량의 폭·길이가 1.6×3.6m 미만인 차를 말한다.

1991년 대우자동차(한국GM의 전신)가 국내 최초의 경차 티코를 내놓은 뒤 매년 3만~5만대 팔리던 경차는 각종 혜택이 붙으면서 1996년 처음으로 10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2006년 3만9000대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2008년 배기량과 차량 크기를 늘린 기아차 모닝이 경차 시장에 들어오면서 판매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

특히 올 1월부터 판매된 기아차 레이가 인기를 끌면서 경차 시장의 크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 레이는 실내 공간 활용성을 높여 '실내가 좁지만 싼 맛에 탄다'는 경차의 이미지를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업계

경차는 2010년 16만600대가 팔리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래 작년 18만4900대로 다시 최대 판매 기록을 깼다. 올해 예상 판매 대수는 21만3000여대로 또 최대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경차 판매가 잘 되는 것은 경차 시장이 한정돼 있는 게 아니라 상품성이 뛰어난 신차가 늘어나면 언제든 시장이 더 커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올 1월 레이가 출시됐을 때 레이가 같은 회사 모델인 모닝 고객층을 잠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 그 예다. 올해 1~7월 기아차의 경차(모닝·레이) 판매는 8만5900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나 증가했다. 신차가 추가되면서 기존 차량 판매가 줄어든 게 아니라 신차 판매량만큼 전체 판매가 늘어난 셈이다. 모닝에 이어 경차 판매 2위인 한국GM 스파크도 이렇다 할 모델 개선이 없었는데도 올해 판매가 4% 늘었다.

그러나 경차 인기를 누리는 회사들이 마냥 즐거운 건 아니다. 업계에선 경차는 차값이 저렴해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푸념하고 있다. 기아차가 경차를 자체 공장에서 만들 경우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 동희오토라는 외주업체에 전량 위탁해 생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는 대당 수익이 워낙 적다"며 "이익이 많이 남는 중대형차 판매가 줄어들면서 자동차회사 전체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현재 기아차와 한국GM만 경차를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기아차와의 판매 간섭 등을 이유로 경차를 내놓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도 경차로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며 판매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BMR컨설팅 이성신 대표는 "소비자들이 경차를 사고 싶어도 선택의 폭이 좁아 차를 더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