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샤워하고 얼음 먹고… 동물들도 피서

동물도 폭염과 열대야를 못 견디기는 마찬가지다. 더위가 심하면 밥맛이 떨어지고 몸이 축 늘어지면서 잔병치레가 잦아진다. 해마다 여름이면 서울대공원 동물원 직원들도 동물들 무더위 극복 전법(戰法)을 짜느라 녹초가 되기 일쑤다.

올해 동물원은 18년 만에 겪는 최악의 폭염에 맞서 모든 동물 우리에 뙤약볕을 피하도록 천으로 만든 가림막을 설치했다. 육상 동물뿐 아니라, 물개·바다사자 등 해양동물 우리에도 달았다. 물 안에 있더라도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갈아주던 물도 요즘은 3일에 1번씩 간다. 땡볕에 물이 금세 미지근해져 수온을 낮춰야 했고, 위생 문제도 고려했다. 이틀에 한 번씩 물속에 넣어주던 얼음을 이젠 매일 넣어주고 있다.

지난 2010년 열대 스리랑카에서 건너온 코끼리들도 올여름 더위에는 속수무책. 커다란 두 귀를 펄럭여 스스로 부채질하거나, 흙을 몸에 뿌려 직사광선을 피하곤 하는데, 최근에는 방사장에 설치된 인공샤워기를 애용한다. 샤워기와 함께 관람객들이 직접 소방호스로 뿌려주는 물을 이리저리 움직여 맞으며 몸을 식히고, 코로 받은 물을 다시 자신의 몸에 쏟아부어 폭염을 이기고 있다.

유인원(類人猿) 오랑우탄에게는 과일·요구르트·오렌지 주스 등을 넣어 얼린 얼음과자가 묘약이다. 얼음을 끌어안아 더위를 식히고 얼음이 다 녹으면 안에 있는 간식거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다. 얼음과자를 안고 가끔 기묘한 자세를 보여주는데 그때 관람객들이 아이스크림을 던져주면 신나서 더 묘기를 선보인다고.

야행성인 호랑이는 날이 더우면 낮에는 배를 드러낸 채 그늘에서 휴식을 취한다. 사자도 무기력하게 꼼짝 않기는 마찬가지. 사육사들은 이 맹수들을 뛰어다니게 하기 위해 여름에는 얼린 닭·소고기를 마련한다.

너구리와 모습이 닮아 너구리 판다로도 불리는 '레서판다'는 특별 대우를 받는다. 더위에 약한 희귀종이라 에어컨으로 더위를 달래준다. 2년 전 대공원을 탈출했다가 잡힌 말레이 곰 '꼬마'도 고향인 말레이시아 환경에 걸맞게 우기(雨期) 효과를 내는 스프링클러가 우리 안에 있어 비교적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다음 달 26일까지 '별밤축제'를 열고 매일 밤 10시까지 개방하고 있다. 오후 8~9시에는 '아기동물 바깥나들이'를 통해 각종 새끼 동물을 가까이서 볼 기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