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한국 디자인'

10여년 전만 해도 세계시장에서 '한국 디자인(Korean Design)'이라는 명함을 내밀기가 어려웠다. 일부 가전제품을 제외한 생필품에선 한국이란 꼬리표가 오히려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이젠 얘기가 다르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수준이 향상되면서 국제적인 디자인 박람회에서 한국 디자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국내 제품 디자이너들이 아예 "한국 디자인, 메이드 인 코리아(Korean Design, Made in Korea)'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해외 유명 전시에 참가할 예정이다. 국근일·김명중·김주섭·김지영·신채민·윤성문·이진영·이한영·정광훈·정성모·허창봉 등 디자이너 11명은 24~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텐덴스(Tendence)'와 다음 달 7~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메종 앤 오브제'에 참여한다. 두 박람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관련 소비재 박람회다.

디자이너 각자가 호주머니를 털어 자발적으로 '한국'이라는 이름으로 뭉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들어 주요 디자인 전시회에서 '한국관'이 종종 설치되지만 대부분 한국디자인진흥원·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서울디자인재단 등 공공 기관 지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 김지영씨는 "기관을 통해 참여하면 전시 상품을 기관에서 선정하기 때문에 품목이 제한되고 예상보다 성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엔 디자이너들이 주체가 돼 자신들이 진짜 보여주고 싶은 제품을 전시한다"고 했다.

전시 제품은 IT 관련 액세서리, 문구류가 주를 이룬다. 카드·지폐나 이어폰을 집어넣을 수 있는 휴대전화 케이스 '피드미'(김주섭), 하이힐 모양의 휴대전화 거치대 '아이힐'(이한영) 등은 번뜩이는 기지를 담은 IT 관련 제품. 한글 글꼴을 활용해 만든 조립식 '한지 조명'(김지영), 한지 소재로 만든 스마트폰 케이스 '한지스킨'(국근일) 등은 현대적인 디자인에 전통 소재를 접목한 작품이다.

참여 작가들은 7일까지 서울 인사동 쌈지길 2층에서 프리뷰 전시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