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ALK] 영화 전문 채널서 엔드 크레디트 사라진 이유는… 시청자 외면 탓?

최근 한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영화를 보던 김모(56)씨는 인상적인 조연 배우 이름이 궁금해 영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엔드 크레디트(영화가 끝난 뒤 영화 제작에 참여한 개인·단체 이름이 나오는 자막)에서 배우 이름을 확인하려고 했던 것. 그러나 엔드 크레디트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광고가 나와 김씨는 결국 그 배우 이름을 알 수 없었다.

요즘 TV에서 방영하는 영화에선 엔드 크레디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전문 채널 'OCN' '채널 CGV'를 갖고 있는 CJ E&M과 '씨네프' '스크린'을 소유한 티캐스트는 모두 "엔드 크레디트 중간에서 자르거나 거의 보여주지 않고 끝낸다. 공중파 방송의 경우에는 아예 영화의 엔드 크레디트가 안 나오고 있다"고 했다.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나오는 NG 영상이나 쿠키 영상(속편을 암시하는 보너스 영상)은 자르지 않는다. 엔드 크레디트가 다 끝난 뒤 쿠키영상이 나올 경우에는 엔드 크레디트가 빨리 끝나도록 편집하기도 한다"고도 했다. 엔드 크레디트를 다 보여주는 데 짧게는 5분, 길게는 10~15분까지 걸린다.

영화의 엔드 크레디트를 자르는 이유에 대해 케이블 채널 관계자들은 "시청률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화가 끝난 뒤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시청률이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CJ E&M 관계자는 "시청률을 분석한 결과 엔드 크레디트가 나오면 시청자들이 대부분 채널을 돌려버린다. 이들은 엔드 크레디트 대신 다음 프로그램을 빨리 보기 원한다"고 했다.

한 영화 제작자는 "엔드 크레디트는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노고를 인정받는 공간이기도 하다. 엔드 크레디트를 보고 안 보고는 시청자 선택이지만, 아예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보여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일부 시청자들도 "엔드 크레디트는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나 출연 배우, 영화 배경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엔드 크레디트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도 생각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