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라질 위기 제주語… 누군가는 지켜야죠"

'와리지맙서. 작산일광 작은일도 와령은 되질 안합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큰일이나 작은 일이나 서두르면 안 됩니다). 지난 4일 오후 5시 제주시 삼양검은모래해변 야외무대에 유네스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언어'로 지정한 제주어(語) '열성 지킴이'들이 모였다. '음악사랑 온새미' 회원인 이들은 30도를 넘는 더운 날씨 속에 제주어 노랫말로 만든 '와리지맙서'를 열창했다.

이날 공연은 '제주어 시와 노래 랄랄라'라고 제목을 붙인 '음악사랑 온새미'의 두 번째 정기 음악회 자리. 이들은 제주어 시 4편과 여기에 곡을 붙인 제주어노래 창작곡 4곡 '와리지 맙서', '저슬밤돔박매(겨울밤 동백꽃)', '산자고(까치무릇이라고 부르는 봄에 피는 야생화)', '보름달'과 제주를 소재로 한 창작곡 3곡 오름 연가, 올렛길 연가, 섬돌이 간이역을 잇달아 부르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음악사랑 온새미'는 2010년 결성됐다. 변함없이 제주어를 사랑하며 노래하자는 의미에서 '변함없다'는 뜻의 순우리말인 온새미를 동호회 이름으로 지었다. 김문영(51·제주시 공무원) 단장은 "요즘 젊은 세대는 할머니·할아버지와 대화를 하면 제대로 못 알아듣죠. 격세지감이려니 했는데 그게 제주어의 위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누군가는 제주어를 지켜야 한다는 다짐을 했고 노래가 제주어 보급에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했다.

제주시청 앞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을 만나 5인조 밴드를 꾸렸고, 그 뒤 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노래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공통분모로 공무원, 시인, 의사, 목사, 보험설계사, 개인사업자, 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이 28명으로 늘었다.

김 단장은 작곡 전문으로, 오름 연가, 올렛길 연가, 섬돌이 간이역, 보름달, 저슬밤돔박매, 산자고, 와리지맙서 등 제주어 창작곡 7곡을 모두 작곡했다. '와리지맙서' 노랫말은 강봉수(45·제주시청 공무원)씨가 지었다. 강씨는 "제주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 중에 제주어로 시를 쓰는 이가 많다"며 "음향장비 준비와 공연 사회도 단원들이 직접 진행하기 때문에 외부 도움 없이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온새미는 지난 6월 제주시 혜주원에서 공연하는 등 노인요양시설이나 장애인시설을 찾아 노래 봉사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올레길도 온새미의 음악봉사 공간이다. 온새미는 지난 4월부터 올레길 18코스 사라봉공원 광장에서 한 달에 두 차례씩 주말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먼 길을 걸어 지친 올레꾼들의 피로를 음악 한 방으로 확 풀어준다. 또 10개 곡 창작이 마무리되는 내년에는 음반도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