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고위 공무원(문화재청 산하 연구소 소장), 근무일 절반을 무단 출장

대전에 있는 문화재청 산하 한 연구소의 K소장(2급 고위 공무원)이 2010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총 근무일의 절반인 160일간 상부의 출장 승인도 받지 않고 본인의 자택이 있는 서울 등으로 무단 출장을 갔다가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적발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K소장은 출장 때마다 출장비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6일 "오는 9월부터 시작될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 같은 공무원들의 '편법 출장'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리실이 지난달 내부 제보를 받고 이 연구소를 감찰한 결과 K소장은 주로 서울 출장지에서 1~2시간쯤 머무른 뒤 대전 관사에 돌아오지 않고 가족이 있는 서울 자택으로 퇴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출장의 대부분은 굳이 소장이 갈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고 했다. 총리실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조만간 감독기관인 문화재청 등에 통보할 예정이다.

K소장은 이에 대해 "각종 회의나 워크숍, 발굴 현장 답사 등 순전히 업무 차원에서 간 출장이었고, 온 종일 출장지에 있었다"며 "출장지의 30% 정도는 서울이 아닌 부여·경주 등 다른 지역이었고, 출장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금요일 저녁이 아닌 평일에는 출장을 마치면 바로 대전 관사로 돌아왔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총리실이 나에 대한 음해 정보만 믿고 표적 감찰을 벌였다"고도 했다.

그러나 사정 당국 관계자는 "K소장은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갔을 때도 출장지에 잠시 들른 뒤 서울로 올라간 경우가 있었다"며 "출장시 문화재청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사실도 K소장에게 사전에 보고했다는 부하 직원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했다.

정부는 다음 달 15일부터 총리실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6개 중앙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는 정부 부처 이전이 시작되면, 이 같은 편법 출장이 공직사회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오는 2014년까지 총 16개 중앙 부처와 20개 산하기관의 공무원 1만4000명이 세종시에 입주하게 된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세종시에 혼자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편법 출장 사례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지난해 상·하반기에 관세청·조달청·특허청 등 9개 청(廳) 단위의 행정기관이 입주해 있는 정부 대전청사를 불시에 점검한 결과 편법 출장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작년 4월의 한 금요일 오후에 공직복무관리관실 직원들이 대전청사의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복무 점검을 벌였는데, 약 3분의 1이 '업무 협의', '워크숍' 등의 이유로 서울 출장 중이었다"고 했다. 출장을 떠난 고위 간부들은 대부분 가족이 서울에 있었으며 출장 업무도 대체로 1~2시간이면 끝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대전청사 공무원들의 이 같은 모습이 꼭 세종시 공무원들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