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사상 최대…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전력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력 수급이 비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6일 오전 11시 5분 전력 공급량에서 수요량을 뺀 예비 전력이 300만㎾ 아래로 떨어지자 전력 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주의 단계가 발령된 건 작년 9·15 정전 사태 이후 처음이다. 정전 사태 때 예비 전력은 24만㎾였다. 전력 당국은 예비 전력이 400만㎾ 아래로 떨어지면 단계별로 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를 발령해 비상조치를 시행한다.

이날 오후 3시 전력 수요량은 역대 최대치인 7429만㎾까지 치솟아 예비 전력은 279만㎾까지 떨어졌다. 지금까지 최대 전력 수요는 지난 2월 2일 기록한 7383만㎾였다.

전력 당국은 이날 기업체에 절전을 유도하고 보상금을 주는 수요 관리를 통해 전력 수요를 130만㎾가량 줄였다. 수요 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예비 전력은 149만㎾까지 떨어질 수 있었다.

예비 전력이 급락한 최대 이유는 폭염 탓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3일과 비교하면 시간대별로 300만㎾ 이상 수요가 급증한 상태"라며 "33도 이상 폭염이 열흘째 계속되는 게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경기를 보고 밤에 튼 에어컨을 끄지 않고 그대로 두는 이른바 '에어컨 관성' 효과까지 겹쳐 예상(수요) 트렌드를 벗어난 상황"이라고 했다. 통상 기온이 섭씨 1도 올라가면 전력 수요는 60만㎾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전력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체가 휴가를 끝내고 이날부터 공장을 가동한 영향도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산업체 기준으로 97%가량이 휴가에서 복귀하면서 전력 수요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력 공급이 한정돼 있어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면 올여름 내내 이런 비상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여름 예비 전력이 150만㎾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발전소 1~2곳만 고장 나면 비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전원 공급 중단 사고로 가동이 중단됐던 고리 원전 1호기(설비용량 58만㎾)를 재가동했다. 현재 전력 상황에서 올여름 유일하게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건 고리 1호기뿐이다. 하지만 고리 1호기도 이르면 13일은 돼야 출력을 100%까지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전력 당국 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가 전력난의 1차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7일부터 수요 관리를 통해 전력 수요를 200만㎾가량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근대 선임연구위원은 "올여름 전력 수급은 비상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업체와 가정에서 절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