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르포] 술판·악취… "피서는커녕 짜증만 나요"

"깨끗한 계곡물을 기대했는데 물에 기름이 둥둥 뜨고 고기 구워먹는 연기와 냄새가 진동해 기분만 상하고 돌아가네요."

지난 5일 초등생 자녀 둘과 함께 충남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 인근 상원계곡을 찾았던 회사원 김미숙(37·대전시 유성구)씨는 "지저분하고 냄새가 심해 짐을 푼 지 1시간도 안 돼 다시 싸는 중"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충남 공주 상원계곡과 아산 강당골계곡 등 도내 주요 계곡이 일부 피서객의 무분별한 취사 및 쓰레기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휴가철이 본격 시작된 7월 말부터 공주 상원골계곡과 아산 강당골계곡은 시원한 계곡물을 찾아 폭염을 피하려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피서객이 계곡에서 버젓이 취사와 음식물 쓰레기 투기를 일삼으면서 환경 훼손은 물론 찾는 이들의 발길을 되돌리게 만드는 실정이다. 해당 지자체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과는 달리 시민의식이 실종돼 오는 관광객까지 내쫓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오후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 인근 상원계곡 일대. 피서객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진입로 양쪽에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다.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자 곳곳에서 피서객들이 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고기를 굽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었다. 계곡에서 버젓이 번개탄과 숯으로 불을 피워 놓고 고기를 구워먹느라 연기가 자욱했고 냄새도 진동했다. 대낮이지만 고기를 굽는 곳엔 예외 없이 술판이 벌어졌다. 일부 피서객은 식사 후 계곡물에 식기를 대수롭지 않게 씻기도 했다. 그 탓에 일대 계곡물에는 기름이 둥둥 떠 있었다.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도 많아 계곡 주변에서 악취가 나는가 하면 방치된 쓰레기 주변엔 파리가 날려 불쾌감을 줬다. 하지만 지자체 등에서 지도·단속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족과 함께 상원계곡에 놀러온 이모씨(47·충남 당진시)는 "마곡사를 둘러본 뒤 계곡을 찾았다 고기 구워먹는 냄새가 진동해 실망했다"며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이 싹 가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승희 사곡면장은 "주말이면 상원계곡 일대에서 나온 쓰레기가 청소차 2대를 꽉 채울 정도"라며 "규정상 계곡 내 취사행위를 금지할 만한 공원지역에 해당되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아산시가 수년 전 대대적인 정비를 벌인 아산시 송악면 강당골계곡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덕산 계곡인 강당골은 물이 맑고 주변에 울창한 숲이 있어 피서객들이 즐겨찾는 곳이지만 최근 불법 건축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산시는 2005년 불법건축물, 천막, 평상 등을 대대적으로 철거하고 상인들에게 별도 공간을 마련해주는 등 이 일대를 정비했다. 하지만 최근 강당골계곡 상류를 중심으로 평상, 천막 등 불법시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피서객을 상대로 음식물을 판매하거나 자리세를 받는 불법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불법 시설물로 인해 환경 훼손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행락객이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거나 세제로 설거지까지 해 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계곡 주변 불법주정차도 기승을 부리면서 계곡을 찾는 피서객과 등산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 아산시는 용역업체를 통해 계곡 주변 불법주차를 단속하고 있지만 불법시설물 이용 차량 등을 철저히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아산시 관계자는 "강력한 단속을 벌일 방침이지만 그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먼저"라며 "길거리 담배꽁초 버리기나 침 뱉기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것과 같은 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