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세력, 코스피 반등에 안절부절

지난 4월 이후 지지부진했던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자, 주가 하락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투자했던 이른바 '공(空)매도 세력'에 비상(非常)이 걸렸다.

공매도란 자기가 사놓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판 다음,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주식을 사들여 갚아 차익을 챙기는 거래. 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즐기는데, 최근 주가가 갑자기 반등해 더 비싼 가격에 사서 주식을 되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엔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라 주가가 하락했다면, 7월엔 공매도 세력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측면이 컸다"면서 "대부분 공매도 투자자는 코스피지수 1800대 초반에 주식을 빌려 내다 판 것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지수가 1900대에 육박하면서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만 해도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려간 주식 중 갚지 않고 남아 있는 '대차잔고'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4조원에 불과했지만 2월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35조원 규모에 이른다.

◇수퍼 마리오 말 한마디에 승승장구하는 주가

국내외 주요 증시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 이후 급등하기 시작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26일 "유로화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 신호로 받아들였다. 지난달 25일 1769까지 내려갔던 코스피지수는 단숨에 1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6일 코스피지수는 미국 고용지표까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는 소식에 '안도 랠리(악재가 해소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것)'가 펼쳐지면서 2% 급등, 1885.88에 마감됐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 완화 정책까지 나온다면,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띠어 외국인 매수세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도 청산 종목 급반등

하락장에선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끌어내리는 주범이다. 공매도 타깃이 되면, 보통 때는 주식시장에 나오지 않을 주식마저 '빌려서' 매물로 나와 주가가 급락한다. 그런데 상승장에선 반대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빌린 주식을 되갚으려고 증시에서 주식을 사들인다. 이런 것을 '숏 커버링(차입매입 주식정리)'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주가도 급상승한다. 실제로 공매도 타깃이 되었다가 최근 상승장에서 숏 커버링이 일어나며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이 잇따라 나타났다. 지난 26일부터 3일까지 현대제철은 주가가 9.3%나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대차잔고 비중이 4.9%에서 3.7%로 줄었다. 효성은 19.6%나 급등했고, 대차잔고 비중도 5.7%에서 5.1%로 크게 줄었다. 이외에도 GS, SK이노베이션, 웅진코웨이, 대우인터내셔널, 삼성전기, 신세계, SKC&C 등도 5~9%가량 급등했는데, 모두 숏 커버링 사례로 꼽힌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6일 이후 대차잔고가 많이 줄어든 업체들이 주가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공매도 '무장 해제' 종목에 투자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 국면이 계속된다면, 그동안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말한다. 최근 외국인들이 코스피200 선물을 순매수하고 있어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낙폭이 컸던 종목 중 대차잔고 감소가 일어나는 11개 종목을 꼽았다. 현대산업, GS건설, 현대제철,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상선, 현대백화점,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엔씨소프트, LG전자 등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각국 정책 부양이 뒤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에 공매도 세력은 그야말로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팔아야 하는 '무장해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