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전기료 月1200원↑… 연말 또 올릴 듯

6일 전기요금이 평균 4.9% 오르면서 업계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3300V(볼트) 이상의 산업용 고압(高壓) 전기 인상률이 6%로 가장 높아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1년간 세 차례 인상을 통해 총 20% 올랐다. 지난 1년간 전기요금 평균 인상률도 15%로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0배에 달한다.

한국전력이 당초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경기 침체,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 기업 성장 동력 저하 등을 우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한다. 한전도 그동안 원가에 비해 낮았던 전기요금을 일부 현실화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년 사이에 두 자릿수 전기료 인상은 '현실화' 수준을 넘어선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업계 부담 커져

글로벌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산업계에는 비용 요인이 하나 더 추가됐다.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제조업·광업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제조업 중에서도 1차 금속, 비금속 광물 제품, 펄프·종이업체 등의 영향이 크다. 지경부는 이번 인상으로 산업체 월평균 32만70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업의 전산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분야는 지난 1년간 전기요금 인상률이 20%에 달한다. 누적 인상률은 16%이지만 지식경제부가 올해 1월 수도권 소재 데이터센터를 지식서비스 특례요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실질 인상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중소기업, 영세 상인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일반용 저압(220·380V) 요금도 3.9%, 교육용도 3% 각각 올랐다. 지난 11년간 동결해온 농업용 요금도 3% 인상됐다.

◇연쇄적 인상으로 소비자 '이중 부담'

소비자의 직접적인 전기료 부담은 다른 분야보다 덜한 편. 지난 1년간 평균 전기료 인상 폭은 15%이지만 주택용 전기요금의 인상 폭은 4.8%에 그쳤다. 지경부는 이번 인상에 따른 도시 가구(월 전력 사용량 301.8kWh)의 월평균 추가 부담액은 1200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업계 부담이 증가하면 최종 제품이나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결국 소비자가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료 인상은 전반적인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경부는 소비자 물가는 0.056%, 생산자 물가 0.128%, 제조업 원가는 0.07%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말에 또 오르나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며 적정 시점에 총괄원가를 반영하는 수준의 추가 인상을 건의키로 했다. 시기는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이번 겨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료 인상은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전력 사용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지경부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올 여름철 전력 사용 최고치를 약 85만㎾(국내 원전 1기가 풀가동하는 정도의 전력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올겨울 또 전기요금 인상이 추진된다면 작년·올해에만 네 차례 오르는 셈이 된다. 안팎으로 허리끈을 졸라매야 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대표적인 공공요금이 물가 인상을 주도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또 전력 생산과 사용의 효율화나 구조조정을 통해 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하려는 정부·한전의 노력이 크게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5년간 전기요금 인상 추이를 보면 주택용은 2010년과 작년에 각각 2% 올랐다. 일반용(공공·유통·금융·학원 등)은 2008년(3.0%), 2009년(2.3%), 작년 8월(4.4%)과 12월(4.5%) 등 네 차례나 올랐다. 산업용(제조업·광업 등)은 2008년(8.1%), 2009년(6.5%), 2010년(5.8%), 2011년 8월(6.1%)과 12월(6.5%) 등 해마다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