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환자들 "마음 편히 치과 진료 받아요"

"자! 아∼ 해보세요"

5일 오후 3시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샘물호스피스 치과 진료실에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 김선규(가명·54)씨가 치아 보철물을 선물 받고 활짝 웃었다. 김씨는 이날 시가 450만원 상당의 윗니 9개를 새로 심었다.

그는 "아무리 아프고 시려도 병(에이즈)이 알려질까 봐 치과 근처엔 얼씬도 못 했는데 정말 고맙다"며 의사 조동훈(52)씨에게 연방 고개를 숙였다.

1993년 설립 이후 말기 암환자 등 5400여명을 돌봐온 이곳 샘물호스피스는 2007년 10월부터 에이즈 환자 전문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봉사에 뜻이 있던 의사 서너명이 호스피스 쉼터 3층 16㎡(약 5평) 남짓한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치료했다. 그러다 2010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3년간 4억원을 지원받으면서 상황이 나아졌다. 2억원을 들여 일반 버스를 개조한 이동식 치과를 차렸고, 곧이어 서울·원주 등에서 치과 의사 20여명이 힘을 모았다. 충치 치료는 물론 틀니까지 무료라는 소문이 퍼지자 전국 각지의 에이즈 환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치과 진료를 받은 에이즈 환자만 전국 330여명이며, 진료 횟수만도 2000회가 넘는다. 의사 조동훈씨는 "환자 대부분은 면역력이 떨어져 이가 절반 이상 썩어 있거나 잇몸 염증이 심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날 충남 서천군에서 온 환자 정운식(가명·51)씨는 "친형제들에게도 말 못한 병이어서 다른 일반 치과엔 도저히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김석규(가명·49)씨는 "돈 없는 우리를, 아무도 반기지 않는 우리를 받아준 이곳 의사 선생님들이 평생 은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샘물호스피스 치과는 앞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올해를 끝으로 공동모금회 지원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계광원 실장은 "치과 유지가 쉽지 않겠지만 어떻게든 꾸려나갈 생각"이라며 "몸과 마음이 멍든 에이즈 환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올 수 있는 치과가 한 곳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