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급증하는 해안시설, 무너지는 모래사장"

강원도 해안선 318㎞에는 64개의 항·포구가 있다. 5㎞마다 하나씩이고, 절벽을 제외하면 평균 3㎞당 항·포구가 들어선 셈이다. 항·포구에는 방파제, 부두, 해안도로 및 연결도로가 건설돼 있다. 펜션, 음식점, 커피점, 화장실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섰다. 이들 시설은 파도의 흐름을 바꿔놨고, 해안 침식을 초래했다. 모래사장은 사라지고, 치러야 할 대가는 생각보다 커지고 있다.

◇침수되는 도로와 주택

항·포구 방파제와 해안도로의 옹벽은 해안지형에 불균형을 초래한다. 해류의 흐름(=연안류)과 파도 작용(향안류, 이안류)의 방향과 강도를 교란시키며, 그 결과 침식과 퇴적이 발생해 해변의 모래사장이 붕괴된다. 최근 발생한 해안침식은 대부분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으로서 해안 시설물의 급격한 증가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속초시 장사동 및 영랑동 일원은 1979년 장사항 건설 이전에는 해변 폭이 충분했지만, 방파제 시설이 들어선 뒤 해변이 급격히 축소됐다. 해안지역 도로는 물론 주택까지 침수 위기에 놓여 있다.

강원도 전체 해안선 318㎞ 중 모래해안선은 13.4%이고, 이 중 50%는 이미 개발돼 각종 인공시설물이들어서 있다. 해안침식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점은 항·포구 인근 2~3㎞이다.

도로 역시 해안침식을 초래하고 있다. 동해안 지역에는 7번 국도 외에도 해안선에 근접해 2차선 도시계획도로가 벨트형 및 격자형으로 건설됐다. 해안도로를 보호하기 위해 해안옹벽이 설치됐는데, 옹벽이 해변 배후면 사구지대를 통과하면서 모래공급 순환기능을 방해해 해안침식을 가속화하고 있다.

◇2조원의 해안 복구비용

강원동해안 해변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5596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2843억원, 지역고용유발효과 1조2267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해안 침식은 방문객 감소로 인해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축소됨은 물론, 장기적으로 지역 해변의 이미지 하락을 초래해 여름철 해변 경제의 몰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

여기에 해안침식 방지사업 추진에 따른 과다한 사업비 지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09년까지 10년간추진된 1차 연안정비 사업에는 4334억원이 투입됐고, 2019년까지는 약 1조46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이중 강원도는 33개 지구에 2760억 원이 투입된다.

결국 해변의 경제적 가치를 유지하고, 막대한 침식방지 예산을 줄이려면 기반시설과 주거시설을 육지 쪽으로 이동시키는 등 장기적인 해안관리 계획이 필요하다. 시급·중간·장기조치의 3단계 기준으로 주요 해변지구를 소구역으로 구분하고 각 소구역별로 시설을 정비해야 한다.

기후변화를 감안한 해안선 관리도 필요하다. 현재 계속되고 있는 기후온난화 현상으로 해안선 후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해 해수면은 최근 9년간 매년 평균 6.5㎜, 최근 14년 동안 6.4㎝ 상승했다.

국가간 기후회의(IPCC)에 따르면 2100년까지 해수면은 약 1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결과 한반도 육지의 2643㎢(여의도 면적 312배)가 침수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경남 부연구위원은 "향후 100년 내 한반도 대부분의 해변이 침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안에 인접한 시설물을 육지 쪽으로 이동시키는 해안선 관리 대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제성 낮은 항·포구의 정비 ▲전통적 어촌공동체의 현대화 ▲기후온난화에 따른 미래형 해안선 관리체계의 구축 등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