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통큰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 면세점 사상최대 호황

8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다. 작년까지는 이곳을 찾는 사람 대다수가 일본인이었지만, 최근 들어 중국인 수가 훨씬 많아졌다. 커다란 쇼핑백을 서너 개씩 들고 다니는 사람, 매장 직원의 중국어 안내를 받으며 진열대를 둘러보는 단체 관광객들도 있었다.

베이징에서 온 직장여성 장원팅(29)씨는 선물용으로 마스크팩 50개를 샀다. 그는 "가깝고 쇼핑하기도 좋아서 1년에 2~3번 한국에 온다"며, "어제까지 관광을 마쳤고, 오늘·내일 쇼핑을 한 뒤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면세점은 불황 넘어 호황 구가 중

장기불황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면세점은 역대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소공점에서만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다. 신라면세점도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131% 증가했다.

면세점 호황의 일등공신은 씀씀이가 커서 '큰손'이라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 즉 '유커(遊客)'들이다. 신라면세점 이철우 부장은 "예전엔 춘절·국경절 같은 연휴시즌에만 집중적으로 한국을 방문했지만 요즘은 비수기·성수기 없이 연중 고르게 찾아온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일본 관광객들의 매출을 앞질렀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중국인 매출이 전체 매출액 절반을 넘겼을 정도다.

◇비자발급 완화로 중국인 관광객 증가 예상

7일 정부가 발표한 중국 관광객에 대한 비자발급 요건 완화 방침은 한국행(行)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롯데·신라 면세점은 최대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다양한 '중국 고객 모시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면세점 잠실점은 지난 6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74개 국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구비한 특화매장을 개설했다. '쇼핑 필수품목'으로 통하는 BB크림(피부 보정 크림) 판매구역은 4배 규모로 확대했다. 시계·주얼리 매장도 3배로 늘렸다.

단순히 매장구조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도 강화했다. 신라면세점은 서울 시내 핵심 관광지를 도는 무료 셔틀버스 서비스를 운영한다. 택시를 타고 면세점에 도착한 고객에게는 최대 1만원 구매할인권도 지원한다.

최근엔 한류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한 문화·이미지 마케팅이 활발하다. 박창영 롯데면세점 마케팅부문장은 "중국 유학생이 참여하는 K-팝 경연대회를 후원하고, 중국 인기 배우 가오위안위안(高圓圓)을 홍보모델로 새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중국판 페이스북 '런런왕(人人網)'에 홈페이지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면세점 영업직원 3분의 1이 중국인 담당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홍보모델인 한류스타 '동방신기'를 초청해 팬미팅을 열고,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행사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한류 스타가 설명해주는 쇼핑 노하우나 컴퓨터 바탕화면에 설치하는 면세점 광고사진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면세점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면세점 전체 인력(1만5000명) 가운데 중국 관련 업무 인력이 전체의 3분의 1(5000명)에 달할 정도로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