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ch19] "따로 노는 요즘 대학생들, 퀴즈로 끈끈하게 뭉쳐"

퀴즈쇼 사상 최다 참가인원과 최대 상금 규모,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대학생 200명이 뿜어내는 후끈한 열기, 30명으로 이뤄진 한 팀에 최대 2억원까지 주어지는 등록금 지원,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예측불허의 전개….

지난 7월 27일 첫 방송 이후 매주 금요일 밤 9시 시청자를 찾아가는 TV조선의 라이벌 대학 퀴즈쇼 '반지원정대'가 방송 초반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라이벌 학교와의 퀴즈 대결에서 이기면 등록금 걱정을 크게 덜게 된다'는 실용적이고도 흥미진진한 포맷 덕에 프로그램 홈페이지와 블로그·SNS 등에는 모교를 응원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고, 전국 대학들의 참가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10일 밤 9시 방송되는 3회에서는 영·호남의 명문 국립대인 부산대와 전남대 대결이 펼쳐진다.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역동적 영상에 담아내는 제작진을 대표해 메인PD인 한선옥(41) TV조선 PD를 지난 7일 방송사에서 만났다. KBS '생방송 오늘' '서바이벌 역사퀴즈', SBS '물은 생명이다' '모닝와이드' 등 굵직한 시사교양프로의 연출·제작에 참여했던 그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순수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1회(연세대·고려대), 2회(카이스트·포항공대)가 방영된 이후 참가 방법을 묻는 학교들의 문의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대학가에도 제법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해요. '혼자 논다'는 이미지가 강한 요즘 대학생들이 학교 이름으로 뭉친다는 점이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고교생 대상 퀴즈프로인 '도전 골든벨'은 단순 퀴즈 프로가 아닌 선생님·학부모들도 뭉친 학교 잔치잖아요. 그런데 대학생이 되면 학교와 학생 간 결속력이 약해지기 마련이잖아요. 이런 세태에서 대학생들과 그들이 다니는 학교를 끈끈하게 묶어주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뻐요."

그는 '반지원정대'가 다른 퀴즈 프로그램에 앞서는 경쟁력으로 '인간미'를 꼽았다. "온라인으로만 알고 지내던 학생들이 학교 대표팀으로 처음 만나 친해지기도 하고, 원래 알고 지내던 같은 과·동아리 선후배들은 정이 더 돈독해지죠. 간혹 프로그램에 참여할 학교 대표 100명을 뽑을 때 제작진이 참여할 때도 있는데 그때도 '성적'보다는 '인성'을 기준으로 삼아요. 아쉽지만 패배를 인정하고 눈물을 흘리고 서로를 다독이는 정겨운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죠."

제작진으로서 고민되는 부분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난이도'를 꼽았다. 앞서 방영분에서 어휘 분야 등 일부 문제들이 대학생 눈높이에 비해 지나치게 쉽지 않으냐는 지적도 있었다.

"다른 프로그램처럼 오랫동안 준비해 실력으로 무장한 '퀴즈 마니아'들이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사실 '퀴즈아카데미' 같은 옛날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대학생 퀴즈 고수들의 모습을 이끌어내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는 "퀴즈 고수들이 아주 어려운 문제를 풀어낼 때의 짜릿함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퀴즈 초보들의 깜짝 활약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자신도 몰랐던 '숨은 퀴즈 끼'를 발견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요. 앞으로는 시사·상식 분야 문제 비중을 좀 더 높일 계획입니다."

"반지원정대의 기본 틀인 '라이벌 구도'가 대학 간 서열 싸움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는 말에 한선옥 PD는 "좀 더 건강하고 새로운 방향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라이벌 대학을 정하고 섭외하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아요. 그러나 라이벌은 서로가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적극적 친구가 아닐까요. 앞으로는 대학 간 라이벌뿐 아니라 단과대나 전공 등의 라이벌로도 확대할 생각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는 입학점수 등 세간의 잣대와 무관한, 새롭고 신선한 라이벌 조합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앞으로 '반지원정대'가 만들어나갈 건강한 라이벌 퀴즈 대결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