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세상이 우릴 버릴지라도, 누나 곁에 있을게

아름다운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 누군가에게 안락한 휴양지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처절한 삶의 터전이다. 스키장 아랫마을에 사는 열두 살짜리 시몽(케이시 모텟-클레인)은 스키장에서 스키나 고글, 도시락을 훔쳐 생계를 꾸려나간다. 20대 초반인 그의 누나 루이스(레아 세이두)는 보호자 역할은 못할망정, 걸핏하면 일을 때려치우며 시몽이 도둑질을 해서 벌어온 돈으로 남자와 놀러다닌다.

스위스 출신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은 찬바람 부는 알프스 설원을 배경으로 건조하고 서늘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지만 유일한 혈육에게만큼은 버림받지 않기 위해 시몽은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불평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 냉담한 누나를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철없어 보이는 루이스도 어린 나이에 세상에 혼자 내던져진 건 마찬가지다. 강아지처럼 졸졸 쫓아다니는 동생을 귀찮아하면서도 끝내 내칠 수 없는 건 그 자신도 혼자 세상에 남겨진 채 살아가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간결한 영상에다 감상(感傷)을 배제한 연출이 묵묵히 가슴을 친다. 또래들 앞에서는 어른스러운 척 영악스레 굴다가도 잠자리에선 누나에게 안아달라고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케이시 모텟-클레인의 연기도 여기에 한몫한다. 외로움과 고단함을 차곡차곡 쌓아둔 듯한 열두 살 소년의 눈망울만큼 이 영화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가슴 한가운데로 한기(寒氣)가 스쳐 지날 정도로 차가운 영화지만 막연한 좌절이나 비관으로만 빠져드는 건 아니다. 카메라는 루이스와 시몽을 한 번도 따뜻하게 안아준 적이 없지만 결국에는 희미한 희망을 던져준다. 세상이 이 남매를 버렸을지라도 이들은 서로 싸우기도 하고, 때로 서로 안아주며 커갈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 남매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나가야지'라고 속삭여주는 것만 같다.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150(스위스 프랑) 줄 테니까 같이 자면 안 될까"(동생 시몽이 누나 루이스와 한 침대에서 자기 위해 건네는 말)

#장면  서로를 죽일 듯이 싸우고 집에 들어온 루이스와 시몽. 이 둘은 말 없이 창가에 나란히 기대어 앉는다.

#해외평  '속이 꽉 찬 매우 견고한 드라마.'(할리우드 리포터)

#이런 분 보세요  '혈육은 원수'란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