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교양의 밑바닥은 이런 것?

'교양'(敎養)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품위'다. 한마디로 배울 만큼 배운 데다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지켜야 할 품격이나 위엄이란 뜻이다. 다들 교양을 갖추며 살고 싶지만, 이기적인 본성을 가진 인간이 한데 모인 사회에서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동명 원작을 영화로 옮긴 '대학살의 신'은 교양있는(혹은 있어 보이는) 인간들의 밑바닥을 보여준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프랑스 파리에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중산층이 살법한 아파트 세트를 만들어놓고 이 안에서 영화의 모든 것을 해결한다.

11세 재커리는 싸움 도중 막대기를 휘둘러 친구 이턴의 앞니 두 개를 부러뜨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턴의 집 거실에 재커리의 부모인 앨런(크리스토프 왈츠), 낸시(케이트 윈슬렛) 부부와 이턴의 부모 마이클(존 C 라일리), 페넬로피(조디 포스터) 부부가 만났다. 교양있는 중산층으로 보이는 이들은 이성과 예의를 갖추며 대화하다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한다. 결국 이들은 가식과 위선을 집어던진 채 '배울 만큼 배운 데다 먹고살 만한 사람'의 밑바닥을 서로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대화 도중 언제라도 마음먹으면 아파트를 떠날 수 있는데도 이들은 서로 말꼬리를 잡으며 스스로를 아파트에 가둬놓는 신세가 되고 만다. '혐오' '테넌트' '로즈마리의 아기' 같은 작품에서 폐쇄된 공간에 이야기를 입히는 장기를 보여준 폴란스키가 이 희곡을 영화로 옮기려 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존 C 라일리, 크리스토프 왈츠 등 연기력이 뛰어난 네 명의 배우가 한데 모여 그 긴장감만으로도 영화의 밀도가 높아진다. 덕분에 정신없이 대사가 튀어나오는데도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

악다구니를 쓰거나 냉소로 가득 찬 주인공들을 보면서 '내 주변의 누군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 멀리 갈 필요 없다. 스스로 교양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면, 주인공 네 명 중 한 명과 자신이 닮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할지도 모른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아이들은 당신들의 삶을 빨아들여 늙고 빈손으로 남게 해요. 그게 자연의 법칙이죠."(자상하고 순수해 보이던 마이클이 냉소적으로 돌변하면서 한 말)

#장면 낸시가 갑자기 토하며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장면. 이를 계기로 두 쌍의 부부는 더욱 깊은 밑바닥을 드러낸다.

#이런 분들 보세요 스스로를 교양있는 중산층이라 여기는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