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명 칼럼니스트 자카리아(CNN 진행자 겸 타임지 편집위원), 표절 들통 나

미국 CNN 방송 진행자이자 타임지 편집위원인 유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48)가 최근 칼럼에서 남의 글을 표절한 혐의로 타임과 CNN으로부터 각각 정직 처분을 받았다.

자카리아는 타임지 최신호(8월 20일자)에 쓴 칼럼 '총기 규제를 위한 변론'의 일부 문장을 뉴요커 4월 23일자에 실린 역사학자 질 르포어의 글에서 표절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자카리아의 표절 혐의는 보수적 웹사이트 '뉴스버스터스(NewsBusters)'가 처음 제기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자카리아는 문제의 칼럼에서 총기 소유 권리가 생긴 미국 역사에 대해 서술하면서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헌법학 교수인 애덤 윙클러의 책 내용을 소개했다. 그런데 문장 서술이 르포어 글과 일부 단어만 다를 뿐 거의 같은 내용이었다. NYT는 자카리아 칼럼의 한 문단과 르포어의 글을 함께 싣고 자카리아의 표절을 보여줬다.

자카리아는 즉각 표절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면을 통해 "나의 이번 주 타임지 칼럼 일부 문장이 뉴요커에 실린 글과 비슷하다는 지적은 옳다.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다. 르포어와 독자 여러분께 사과한다"며 표절 사실을 인정했다. 자카리아는 올해 초 하버드대 졸업식 때 한 축사의 내용이 이전에 자신이 듀크대에서 했던 축사와 비슷하다고 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타임은 자카리아가 표절 사실을 인정한 후 그에게 한 달간 정직 처분을 내렸다. CNN은 자카리아가 문제 칼럼을 요약해 CNN 블로그에 올렸다면서 표절 문제 조사를 마칠 때까지 그를 정직한다고 밝혔다. 자카리아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도 그에 대한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NYT는 지난주 유명 과학 칼럼니스트 조나 레러의 표절에 잇달아 발생한 사건이라며 표절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인도계 미국인인 자카리아는 예일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정치학계의 석학 새뮤얼 헌팅턴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은 국제정치 전문가다.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편집장을 거쳐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뉴스위크' 칼럼니스트 겸 '뉴스위크 인터내셔널' 편집장을 지냈다. 국제정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관점으로 여러 매체에서 정치평론가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2008년부터 CNN의 간판 토론 프로그램 '파리드 자카리아 GPS'를 진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