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비상… 유통업계 '그린 매장' 건설 열풍

지난 10일 롯데마트 춘천점 3층 지상 주차장 천장엔 둥그런 원반형 램프가 은은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형광등은 원반형 램프가 밝을 땐 꺼져 있다가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자동으로 불이 들어왔다.

이 램프가 불을 밝히는 비결은 4층 옥상에 설치된 6개의 광(光) 덕트(duct·배관)에 있었다. 덕트 위에 달린 볼록한 반원 모양 태양광 전지판(햇빛을 모으는 기구)이 3층에 있는 화장실과 지상 주차장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 햇볕이 좋아서 태양열만으로 조명을 켤 수 있는 날이면 화장실과 주차장 형광등 전력이 자동으로 차단돼 절전 효과가 있다.

매장 밖에는 독특한 모양의 하이브리드 가로등 6대도 설치돼 있다. 꼭대기에 풍차처럼 작은 날개가 달리고, 몸통 좌우에 집열판이 붙어 있는 이 가로등은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해 불이 켜지도록 고안돼 있다. 이용민 부점장은 "6월 한 달 동안 전력 사용량을 1년 전보다 11% 줄여 7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연간으로 치면 8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에너지 절약 주도하는 '녹색매장'

폭염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최근 유통업계에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이른바 '그린매장'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작년 11월 롯데마트 춘천점을 시작으로 9개월여 만에 전국적으로 60개 점포가 환경부에서 녹색매장 인증을 받았다.

녹색매장은 단순히 전력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접목했다. 환경부는 친환경 건축설비 사용, 에너지 절약 효과 등을 평가해 녹색매장을 지정한다.

국내 녹색매장 선두주자인 롯데마트 춘천점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점포는 외벽이 담쟁이덩굴로 덮여 있다. 열차단 효과가 있는 담쟁이덩굴은 겨울엔 건물을 따뜻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건물 유리는 두 겹으로 만들어 유리와 유리 사이 공간이 태양열을 흡수해 단열 효과를 내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전력 사용량이 1일 최고 사용 기준치의 95~98%까지 도달하면 자동적으로 불필요한 전력을 차단하는 최대전력제어장치도 에너지 절약에 한몫했다.

◇유통업체는 에너지 절약 경쟁 중

유통업계가 친환경 매장 건설에 적극적인 데는 환경보호 외에도 불경기에 '비용절감'이라는 효과가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엔 일반 점포보다 설치비가 더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 유통 업체는 일반 점포까지 에너지 절감 생산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2010년부터 주차장과 일부 매장 내 150w 전구를 48w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교체했다. 총 30억원을 투자했지만 전기료 절감효과가 탁월해 3년이면 비용을 다 뽑을 전망이다.

이마트는 2008년부터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20% 줄이는 '에코 이마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100여개 점포에서 옥외 간판과 유도등·전열선반 조명 등을 일반 형광등보다 수명이 최고 10배 길고,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LED로 바꿨다. 전국 13개 매장 옥상과 주차장엔 태양광 발전 장치를 갖췄다. 구성점의 경우 일반 가정 16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태양광 발전으로 만들어 낸다. 이마트 관계자는 "에코 이마트 프로젝트를 통해 작년엔 에너지 비용을 90억원가량 줄였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08년 부천 여월점을 기존 점포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0%, 에너지 사용량은 40% 각각 줄인 친환경 매장 '그린 스토어'로 만들었다. 현재까지 오픈한 그린 스토어는 총 23개. 홈플러스 관계자는 "2008년부터 작년까지 매장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을 15만1000t절감했는데, 이는 소나무를 5425만 그루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면서 "유럽 본사 테스코도 그린 스토어 설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