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담수화… 글로벌시장 970조원(2025년 추정 규모) 금광

지난 2월 현대건설은 중남미에서 날아온 수주통지서를 받고 환호성을 올렸다. 콜롬비아에서 하수처리장 공사를 3억5000만달러(3955억원)에 따낸 것. 이 공사는 현대건설에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2009년 이후 신성장 동력으로 꾸준히 공들여온 물 산업 경쟁력 육성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10년 만에 중남미 시장을 다시 뚫는 데에 이번 하수처리장 공사가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 산업이 최근 불황에 허덕이는 건설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물 전문 연구기관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는 전 세계 물 산업 시장 규모가 해마다 연평균 6.5%씩 성장해 2025년에는 8650억달러(977조원)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곳곳에서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물과 하수처리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산업화에 집중하는 개발도상국은 물 부족으로, 상·하수도 설비가 노후화한 선진국에서는 수질 오염 문제로 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동 지역 플랜트 수주에 집중했던 대형 건설사들도 물 산업에서 미래 성장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포스코건설은 2010년 물환경사업본부를 만들어 해수담수화와 하수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에는 남미의 페루 정부와 하수도 시설 개선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대우건설도 최근 4~5년간 물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국 건설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이 분석한 2010년 하수도 시설 부문에서 4억2000만달러 매출을 올려 세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GS건설은 2010년 바레인에서 폐수처리시설 공사를 수주했다. 정유공장에서 나온 폐수를 생활용수 수준까지 정화할 수 있는 기술력으로 중동 물 산업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중견 건설사들도 물 산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회사 규모는 작아도 기술력만 있으면 국내외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동부건설은 연안의 오염물질을 제거해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매설식 해수취수시설' 설치 기술을 개발해 정부에서 '건설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어획·레저 활동 등이 활발한 국내외 연안이나 항구 일대의 물 수요를 노릴 계획이다. 전북 부안 격포항에 이 기술을 처음 적용했다.

극동건설은 상·하수 처리 분야에서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노린다. 극동건설이 시공을 맡고 수처리 기술을 갖고 있는 웅진코웨이, 수처리 필터를 생산하는 웅진케미칼이 공동 전선을 편다는 전략이다. 금호건설도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하수처리장 공사를 수주하며 해외 물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엔 해수 담수화 분야에서 중국과 중동 일대에서 수주 기회를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 산업 분야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인 시공 능력 외에도 시설 전반을 운영·관리하는 기술까지 통합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현동 박사는 "물 산업은 각 국가의 기반시설인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사업 기회를 계속 마련하려면 설계·운영 분야에 역량을 갖춘 국내 기업과 공동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물 산업(Water Industry)

각 가정이나 산업현장에 물을 공급하거나 사용한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을 만들거나 운영·관리하는 분야를 모두 포함한다.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민물로 만드는 해수담수화도 주요 사업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