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덩이 美경제, 낙관론 대두… 탄탄한 젊은인구가 희망

현재의 인구구조는 미래 경제의 창이다.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저축과 투자가 인구구조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경제 강국 미국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상당수 미국 경제학자가 여전히 낙관적인데 그 배경에는 젊은 인구 구조가 있다.

◇미국의 젊은 인구구조가 미국 경제 낙관론 배경

하버드 대학의 쿠퍼 교수 등은 미국 경제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데, 젊은 인구구조가 그 주장의 핵심이다.

경상수지는 저축, 투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저축보다 투자가 많으면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서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투자에 비해 저축이 많으면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한다. 한국ㆍ중국ㆍ일본과 같이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던 국가는 고령화되는 인구구조를 반영해서 투자에 비해 저축이 많았다. 반면, 미국은 투자에 비해 저축이 부족해 경상수지 적자 상태가 지속됐는데, 이는 미국의 젊은 인구구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면 저축과 투자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수명 연장은 은퇴에 대비한 저축을 증가시킨다. 특히 삶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사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낮은 출산율은 건축 수요를 감소시키는데, 건물 신축이 실물 투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투자 감소로 나타난다.

우리나라가 장기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에 직면한 것도 젊은 층의 인구 감소가 예측됨에 따라 건축ㆍ부동산 수요가 감소한 것이 큰 요인이었다. 따라서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젊은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에서는 저축은 증대되는 반면 투자는 감소해서 경상수지 흑자가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고령화에서 자유로운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출산율이 높은 편이고, 젊고 생산성이 높은 계층이 꾸준히 이민 형태로 유입돼 인구구조를 젊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처럼 젊고 역동적인 인구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면,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순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되는 동아시아는 경제성장 '기적' 지속하기 힘들어

이에 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ㆍ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일본은 상당 기간 고령화가 진행돼 왔다. 일본의 경우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실물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시기가 공교롭게도 1990년대 인구 및 노동력의 감소 시점과 일치한다. 주목할 점은 일본이 항상 고령 인구가 많은 사회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을 때는 젊은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시기이기도 했다. 현재 그 세대는 은퇴하는 반면, 출산율 저하로 젊은 층은 증가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당시 일본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고령화가 본격화되는 시기가 일본보다 다소 늦을 뿐이다.

하버드대학의 윌리엄슨 교수팀은 1965년부터 1990년대까지 동아시아 경제성장의 '기적'이 인구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 기간 중에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젊은 생산인구가 증가했고, 이것이 고속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지속되기 어렵고, 결국 '기적'과 같은 경제성장은 계속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본은 고령화와 함께 장기 저성장 궤도에 접어들었고, 우리나라도 곧 이를 따라갈 전망이다.

◇중국도 고령화가 성장 둔화와 위안화 기축통화 장애 요인 될 것

개혁ㆍ개방 이후 중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이며 아시아는 물론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국가가 될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당국이 외환시장 규제를 철폐하고 위안화를 국제화시킨다면 경제의 성장세를 반영해 위안화가 국제무대에서 힘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구구조 고령화는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은 대약진운동 당시 많은 유아 사망이 있었고, '한 자녀 정책'에 따른 젊은 인구 감소로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당분간은 농촌 지역의 저임금 인력을 도시로 유입시켜 이를 저지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농촌으로부터의 인력 유입이 고갈되면 현재 같은 고성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재의 중국 경상수지 흑자는 투자에 비해 높은 저축 증가를 낳은 인구구조 고령화와 밀접한 것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고령화 속에 다가오는 성장 둔화는 중국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이고,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나아가는 데도 장애가 될 것이다.

미국의 젊고 역동적인 인구구조는 우리가 흔히 간과하기 쉽지만 주목해야 할 경쟁력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