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아시아프] "그림에 따스한 위안 담았더니 금세 팔렸죠"

"아시아프는 제게 '그림을 그려도 된다'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등을 밀어줬죠. '그림이 참 좋다'며 연락해 온 관객, 미술계 관계자…. 아시아프를 통해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어요."

12일 막을 내린 '2012 아시아프' 1부 전시의 '스타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의 이보윤(29·경희대 시각디자인과 졸업)씨다. 이씨는 올해 서양화 부문에 검정 펜으로 윤곽선을 그리고 색연필로 채색한 그림 넉 점을 내놨다. '집-고추 말리기 좋은 날'(판매가 90만원), '집-동네'(판매가 97만원) 등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달동네 풍경을 따뜻한 색채로 그려낸 그의 작품은 첫날(1일) 전시 개막 5분도 되지 않아 몽땅 팔렸다. 관람객 2600명이 참여한 인기 투표에서도 이씨는 1위를 차지했다.

이씨의 아시아프 참가는 이번이 두 번째. 지난해 아시아프에서도 작품 두 점이 개막 16분 만에 다 팔렸다. "처음으로 그림을 팔아본 거였어요. 그날 저녁 식구들과 삼겹살 파티를 했죠." 밝고 화사한 색채와 따스한 느낌이 이보윤 작품이 인기 있는 이유다. 예쁘고 다정하고 장식적인 그림. 그래서 '일러스트 같다' '회화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앞으로 제가 풀어야 할 숙제죠. 그래서 그림에 최대한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쁜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지만, 스토리가 있는 그림은 아무나 그릴 수 없으니까요."

2007년 대학을 졸업한 이보윤씨는 한동안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다. 수제(手製) 모자 브랜드에서 패턴 디자인을 하다가, 그림이 너무나도 그리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아시아프에 응모했다. 반신반의하며 공모에 내놓았던 달동네 그림이 그를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집안에 안 좋은 일도 있었고, 미래도 불투명해 오랫동안 갈팡질팡했었죠. 그럴 때 부산 여행을 갔다가 알록달록한 집들로 가득한 감천동 문화마을과 우연히 마주쳤어요. 아름다운 빛깔에 반해 그 풍경을 그리며 위안을 많이 얻었어요. 이 집엔 기쁜 마음, 저 집엔 섭섭했던 마음…. 집 하나하나에 제 감정을 담았죠. 제가 그림을 그리며 위안을 얻었듯, 제 작품을 본 관객들도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씨에게 아시아프는 인생의 의미를 되씹어보게 한 계기이기도 했다. "작년 처음 그림을 팔고, 진짜 작가라도 된 양 우쭐했었죠. 그런데 올 초 연 개인전에서는 반밖에 안 팔렸어요. 사실 그것도 대단한 성과이고, 머나먼 작가의 길에서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런 경험 덕에 올해엔 '이제 시작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차분히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됐어요."

내년 아시아프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는 이씨는 "내 존재를 빛나게 만들어준 아시아프에 정말 감사하다"며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