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사무총장, 民統線(민통선) 학교 일일교사로

"웰컴 투 군내 엘리멘터리 스쿨!"

"오, 생큐, 베리 머치!"

13일 오전 휴전선에 인접한 경기도 파주시 통일촌 군내초등학교(교장 이학인)가 귀한 손님을 맞았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본부의 이리나 보코바(60) 사무총장이 유엔기구 수장으론 처음으로 이 북단까지 찾은 것이다. 학생 대표들은 멀리서 온 손님에게 부채와 붉은 장미 한 다발을 안겼다. 장미는 사무총장의 모국 불가리아의 국화(國花)다. 부채 앞면엔 영문 환영사와 태극마크, 유네스코 상징 문양이, 뒷면엔 전교생 이름이 적혔다. 2층 강당에서는 10명의 리코더 합주단이 사무총장 일행을 맞았다.

학교가 자리 잡은 통일촌은 통일대교 너머 군 초소를 지나서도 5분쯤 더 들어가는 마을. 이날 사무총장이 온 것은 국제 유네스코협동학교 네트워크에 새로 가입한 군내초등학교에 인증서를 주기 위해서다. 국내 134개교가 가입했지만 사무총장은 남북 분단의 상징인 민간인통제구역 내 학교까지 왔다. 올해로 102년이 된 군내초등학교는 6개 학급에 전교생은 40명. 교직원이 18명인 작은 학교다.

사무총장이 일일교사로 단상에 섰다. "환영식과 연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렇게 예술과 문화 소양도 훌륭한 여러분이 우리 네트워크에 가입하게 돼 기쁘다. 분단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이곳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세계 학생들과 나누길 바란다."

이어진 질문 시간. 손이 사방에서 올라갔다. 사무총장은 "유네스코 이사회 때보다 질문이 더 많다"며 웃었다.

"전쟁을 직접 겪어본 적이 있나요?" 2학년생 박유빈이 먼저 마이크를 잡고 물었다.

"다행히도 직접 겪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어머니와 할아버지·할머니로부터 2차대전 체험담을 들어 잘 알고 있어요. 전쟁이 얼마나 무섭고 사람을 황폐화하는 것인지."

학생들의 질문은 꼬리를 물었다. "유네스코는 왜 만들어졌나요?" "유네스코엔 왜 들어가셨어요?"

사무총장의 답변은 막힘이 없었다. "유네스코는 2차 대전 후 인류 평화를 위해 창설됐어요. 개발도 번영도 평화 위에서 가능하다는 깨달음에서 문화와 과학,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지요. 여러분의 자랑이자 유엔에서 가장 높은 분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지요."

사무총장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꿈꾸기를 중단하지 말라.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라. 저 밖의 신기한 것들이 여러분의 발견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중에도 평화에 앞장서 달라"는 말로 수업을 끝맺었다.

이날로 이 학교에는 '사랑과 즐거움이 넘치는 학교'라는 현판 외에 '유네스코와 함께 평화로운 삶을 실천하는 군내 어린이'라는 팻말이 내걸렸다. 교문 좌우에는 기념 나무도 심어졌다. 푸른 주목 앞 비석에는 지구와 비둘기를 상징하는 마크와 함께 이런 글도 적혔다. "모두를 위한 평화".

행사를 마치고 다시 남쪽으로 향하는 길. 보코바 사무총장은 "9·11 현장을 비롯해 많은 분쟁과 재난 지역을 가봤지만 전쟁과 평화가 이렇게 공존하는 곳은 처음이다. 유네스코의 사명으로 비춰볼 때 협동학교로는 이보다 적합한 곳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