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전주 삼천동 막걸리골목 풍경 바꾼다

비좁은 대로 또는 누추한 대로 주막 분위기가 저마다 훈훈하다.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막걸리집들은 벽면에 회화를 그리거나 액자를 내걸기도 한다. 한지등(燈)으로 운치를 낸 곳도 있다. 한글의 아름다운 서체를 살린 간판도 여럿이다.

전주시가 '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곳 막걸리집 실내 인테리어와 외관을 개선하면서부터다. 시는 2007년 봄 미협·문협 등 9개 예술단체와 이곳 막걸리집들을 짝지어, 회원들의 솜씨로 인테리어 및 간판을 꾸미도록 지원했다. 전주의 명 관광코스가 된 이 골목에서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 단체투어 손님까지 얼큰히 취기를 채워간다.

전주시가 이곳 막걸리집 시설을 개선한 지 5년 만에 이 골목의 경관을 새로 디자인한다. 어수선한 길가를 정돈하면서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밤거리도 밝힌다.

시립 삼천도서관 맞은편과 완산소방서 건너편 두 골목의 막걸리집 주인 및 주민 대표들과 16~17일 설명회 및 간담회를 갖고 디자인을 확정한다.

삼천도서관 맞은편 골목은 전주에서 가장 큰 막걸리 타운이다. 거리 200여m 양편에 막걸리집 25곳이 한두 집 건너로 이어져 있다.

시는 폭 2m인 이곳 왕복 보도에 대리석 무늬의 블록을 깐다. 인도-차도 사이 곳곳에 철쭉·사철나무·회양목 등 키 작은 나무로 띠녹지를 조성한다. 삼천우체국 공터와 공영주차장 앞에는 휴게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시는 골목 안 4거리 세 곳에 알록달록 디자인이 가미된 험프(hump· 과속방지시설)를 둥글게 시설한다. 술 항아리를 형상화한 볼라드도 세운다. 전봇대 9곳에 운치있는 삿갓등을 걸면서 간판 LED조명으로 막걸리집 입구 보도에 주전자를 그려낸다. 주전자는 주물로도 형상화돼 이를 매단 열주(列柱)들이 타운 입구에 세워진다.

이 거리에서 500m쯤 떨어진 완산소방서 맞은편 골목에도 막걸리집 10곳이 산재해 있다. 시는 이 골목 미관도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들로 개선할 계획이다.

전주 막걸리는 주전자를 채울 때마다 나오는 푸짐하고 맛깔난 안주들로 서민이 호사(豪奢)를 누리게 한다. 이를 관광 자원화하겠다며 시가 내건 '막 프로젝트'를 정부가 적극 후원해온 이유다. 이번 막걸리골목 경관 개선에 드는 비용(3억3000만원)의 절반도 정부가 보조한다.

시는 주민 간담회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더 모으고 사업 계획도 보완, 이달 중 설계에 돌입한다. 오는 11월까지 골목 경관을 개선해낼 계획이다.

김신 시 문화경제국장은 "막 프로젝트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골목을 구도심 경관거리의 하나로 가꾸면서 수입 와인 등 공세로 주춤했던 전주 막걸리 소비 확대도 다시 불붙여 보겠다"고 말했다.

시는 이 골목 경관을 새로 디자인하면서 불편했던 일부 막걸리집의 화장실도 개선토록 지원할 계획이다. 간담회에선 막걸리 안주의 질을 더욱 높이는 등 과제들도 토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