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 무게만 7.4t… 통일 대염주를 아시나요?
입력 : 2012.08.16 02:13
['문화재 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 포천 흥룡사에 봉안]
염주는 남북 잇는 상징물… 내년 3월 북한에 보낼 예정
우리정신 녹아있는 문화재 되찾아오는 게 진정한 광복
지난해 조선왕실의궤 이어 고종 갑옷·투구 되찾아올 것
흥룡사 대웅전에는 '기이하게도' 거대한 나무 구슬들이 잔뜩 들어차 있었다. 구슬 하나의 둘레가 어른 두 명이 팔을 펼쳐야 감쌀 수 있을 정도인 구슬들이 굵직한 밧줄로 연결돼 있었고, 남녀 신도들이 이 나무 '구슬'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지나고 있었다. 이 초대형 나무 구슬들은 실제로 '염주'였다. 손으로 한알 한알 돌리는 게 아니라 한 알을 양손으로 쓰다듬어야 하는 염주다. 108개를 모두 어루만지려면 백걸음은 족히 옮겨야 한다. 이 거대한 염주의 무게만 7.4t. 가장 큰 모주는 지름이 74㎝에 250㎏이고 108개의 염주는 지름 45㎝, 무게 60㎏이다.
이 통일대염주는 재일교포 3세인 임종구(56)씨가 제작한 세 벌 중 하나다. 일본에서 불교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임씨가 지난 2000년 수령 2000년, 지름 2.5m의 아프리카산 브핑가나무를 재료 삼아 1년여에 걸쳐 만들었다. 조국 통일을 향한 염원을 이 염주에 담았다고 했다.
임씨가 만든 이 거대한 염주 중 한 벌은 일본 오사카 통국사에, 나머지 두 벌은 그동안 강원도 원주 치악산 관음사에 봉안돼왔다. 그중 한 벌을 지난 2002년 8월 북한에 보낼 계획이었지만,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해 혜문 스님이 법회와 문화재 환수 등을 이유로 북한을 찾게 되면서 '통일대염주 북한보내기' 사업을 재추진하게 됐고, 그 인연으로 통일대염주 한 벌을 포천 백운산 흥룡사로 옮겨온 것이다. 혜문 스님은 지난달 14일 열린 '일제 피해자 영가식(靈駕式), 전쟁 희생자 영가식'에서 대염주 봉안식을 갖고 공개했다. 이날 행사엔 이 염주를 만든 재일동포 임종구씨와 고종황제 증손자인 이원 조선왕실문화원 이사장도 참석했다.
"포천 일대 철의 삼각지는 6·25 전쟁 때 국군만 1만 명이 넘게 희생된 곳입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돌아가신 많은 분들을 어떻게 위령할 것인지 고민해왔습니다. 한반도 역사를 다시 열어갈 통일대염주를 북한에 보내기 전 잠시 흥룡사에 봉안하게 된 것은 뜻깊은 일입니다."
혜문 스님은 통일과 염주가 무슨 관계인지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불교는 민족정신의 상징이고, 염주는 줄을 꿰어 구슬을 잇는 것입니다. 둘로 갈라진 나라를 이어주는 상징물입니다."
혜문 스님은 이 통일대염주를 내년 새 대통령 취임식 직후 3·1절에 북한 묘향산 보현사에 보내기로 하고 북한과 협의 중이다. 포천 흥룡사는 신라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이다. 1950년 6·25전쟁 당시 전소됐다 중건됐다. '철의 삼각지'로 불리는 격전지인 철원 인근인 이곳은 전쟁 전 북한 영역이었다가 국군이 탈환한 곳이다.
일제에 강탈당한 조선왕실의궤를 지난해 12월 되찾아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혜문 스님은 "정치적으로 해방은 됐어도 우리 정신이 녹아 있고 혼이 농축된 문화재를 되찾아 오는 것이 진정한 광복"이라며 8·15의 참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에 있는 고종황제의 갑옷과 투구를 되찾아오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혜문 스님은 1998년 출가할 때부터 문화재환수에 관심을 둔 것은 아니었다. 그는 "2003년 남양주 봉선사에서 수행할 때 불교문화재에 관심이 많던 주지스님(철안 스님)이 27개 관할 사찰의 문화재 현황 파악을 맡기셨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문화재들이 불법적인 경로로 흩어져 있는 걸 알게 됐다"며 "2004년 일본에 6개월간 머물며 우리 문화재들의 현주소를 자세히 알게 됐지요"라고 반환운동에 집중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혜문 스님은 "특히 일본이 '전리품'으로 강탈한 고종 황제의 갑옷과 투구는 우리 겨레의 항일정신의 상징이고 이를 되찾는 일은 우리의 정신을 되찾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