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대통령이 재선 원치 않으면 내가 출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67)이 201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지가 브라질 정계 최고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폴랴 데 상파울루 등 현지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그의 뒤를 이은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이 룰라에게 다음 대선을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후두암 치료를 받고 요양 중인 룰라는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힌 채 구체적인 계획을 함구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 시도를 포기하거나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으면 대선 출마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출마는 호세프가 재선을 원하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았으나 2014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것은 처음이었다.

노동운동 지도자 출신으로 브라질 헌정 사상 첫 좌파 대통령에 당선된 룰라는 연임에 성공하며 2003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8년간 집권했다. 퇴임 직전에도 80%가 넘는 범국민적 지지율을 기록하며 후계자 호세프에게 성공적으로 정권을 물려줬다. 퇴임 후에도 인기가 식지 않아 2014년 대선 출마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브라질 정치권에서는 "룰라가 결심만 한다면 2014년 대선 출마와 승리는 어렵지 않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때마침 현지 여론조사 기관인 센서스연구소가 지난 3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룰라는 2014년 대선 후보군 가운데 가장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다. '지금 당장 대선이 시행된다면'이라는 문항에서 호세프 대통령의 득표율은 59%를 기록할 것으로 나왔다. 호세프 대신 룰라가 출마하면 득표율은 69.8%에 이를 것으로 집계돼 국민적 인기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반면 룰라의 부인 마리자 레치시아는 14일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차기 대선 출마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레치시아 여사는 "룰라가 2014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아마도 농담이었을 것이다.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룰라의 건강이다. 룰라는 작년 10월 후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밝히고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트레이드마크였던 덥수룩한 턱수염과 함께 머리를 홀랑 깎은 모습도 공개했다. 지난 3월엔 면역력이 약해져 폐렴 증세로 입원하기도 했다. 룰라는 의료진 권유에 따라 국내외 여행이나 대중 연설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