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65] ‘수입 도박’ 마작 열풍 불자 “조선 땅이 모나코냐” 개탄

"중국에서도 '망국(亡國)의 유희'로 금지한 마작(麻雀)이 조선에서 대성행하다니, 못된 것만 잘 배움은 무슨 까닭인가!"

1929년 4월 6일자 조선일보는 1920년대 후반의 사회적 병폐들을 다루는 '못된 류행' 시리즈를 시작하며, 마작을 제1번으로 도마에 올렸다. 중국에서 만들고 미국·일본에서 유행한 마작은 1926년경 상륙하자마자 최고 인기 도박으로 급속히 번졌다. "선생에서 공직자·긔생 할 것 업시 제법 현대인으로, 또 문명인으로 자처하고 잇는 사람들은 모도다 마-짱(마작)에 도취"했다. "전 조선에서 아무개라 하면 모를 이가 업든 백만장자 모가 최근에 갑자기 파산"하여 고국을 떠나는 등 패가망신도 속출했다(1929년 4월 6일자).

1932년 조선일보의 안석영(安夕影)은 "가정부인이 마짱 구락부에 가서 언제 본 긔억도 업는 놈과 무릅을 맛대고 마짱을 하고… 시애비와 메누리가 마장짝을 속엿다고 대드러 싸호는" 일까지 있다고 꼬집으며 "호열자(콜레라) 가튼 세력으로 침입이 된 마짱열은 백 도를 넘어섯다"고 혀를 찼다(1932년 1월 24일자).

1920년대 마작의 유행에는 여느 노름병과 다른 측면이 하나 있었다. 선진 강대국의 '신식 놀이'를 따라 하려는 허영이었다. 당시 조선일보 사설은 "소위 모던이슴이니, 첨단적이니, 30년식이니 하는… 유행 기분에 달떠서, 골프나 마작을 모르면 현대 청년의 자격이나 잃는 듯이 생각하는"시대의 풍조가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조선은 모나코가 아니다"라고 썼다(1930년 7월 29일자). 어느 일본 사람도 자기 나라의 마작 유행을 자성(自省)하며 "코 놉흔 양키들이 마-짱을 조화하니까 일본 사람들도 덩다러서 마-짱을 조화하는 것이요, 만일 미국에 마-짱이 아니 류행되엇든들 일본 사람은 '더러운 중국 사람의 것'이라고 아마 눈도 떠 보지 안헛슬 것이다!"라고 털어놓았다(1929년 4월 6일자).

안석영은 특히 나라 잃은 민족이 외국 도박에 빠지는 게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를 짚었다. 그는 "사색(四色·사색당파) 싸홈에 망한 도시는 마짱으로 거듭 망하는가"라고 목청을 높이며 "마짱짝 같은 이 조그만 도시에서 코레안의 날리는 흰 옷도 볼 날이 불과 몃칠 안남게 되엇다"고 개탄했다(1932년 1월 24일자). 그래도 광풍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1931년 1월에는 평남 개천(价川), 6월엔 대구에서 '신사(紳士)들' 20~30여명이 연루된 대규모 마작 도박단이 검거되는 등(1월 20일, 6월 16일자) 1930년대 신문에 보도된 도박 사건이 70건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