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기여, 두 얼굴의 기업이 존경받아"

"이젠 기업도 사회적 책임활동(CSR) 없이는 미래 성장에 한계가 있어요. 1등 상품으로 업계 최고가 될 수는 있겠지만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지난 13~14일 서울 세종대에서 세계 최초의 대학생 CSR콘퍼런스를 개최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존경받는 기업은 '성장'의 얼굴과 '기여'의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CSR 전도사'로 불린다. 2010년 3월부터 CSR의 글로벌 네트워크인 UNGC(유엔글로벌컴팩트) 한국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행사가 '풀뿌리 CSR'을 국내외에 확산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이번 행사에는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대학생을 포함해 1000여명이 참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이 회장은 "UNGC에서도 공동 주최를 요청할 만큼 큰 관심을 보였다"면서 "동아시아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도할 수 있는 좋은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중·일 대학생 CSR콘퍼런스를 2년마다 개최할 계획이다.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 태동한 CSR은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최악의 회계 부정사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엔론 사태가 불거진 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사회 공헌 지출액도 2008년 2조1601억원에서 2010년 2조8735억원으로 30% 이상 급증할 만큼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승한 회장은 아직까지 국내 기업의 활동을 걸음마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체 5단계로 보면 2단계쯤 와 있다는 것. 그는 국내 기업이 CSR을 일회성 이벤트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의 '시스템'이자 '문화'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CSR은 집을 짓는 데 필요한 기초이자, 경영의 밑바닥을 단단히 받쳐주는 핵심 가치(core value)"라면서 "그래야 종업원 가슴속에 진정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기업의 전략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장학사업이나 이웃 돕기 같은 나눔활동에 집중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것. 그는 "CSR은 해당 기업의 핵심 가치와 경쟁력을 찾아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면서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말했다. 예컨대 홈플러스의 '4랑 운동'은 어린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어린생명살리기 캠페인, e파란 어린이 환경운동 등이 대표적. 이 회장은 "홈플러스는 가족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며 "그 중심에는 어린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을 선점하고 리드하는 것과 끌려가는 것은 다르다"면서 "우리 기업이 일류 상품을 많이 만든 것처럼 CSR에서도 한발 앞서면 경쟁력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환경·인권·소비자·근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기업의 역할과 활동. 윤리경영보다 한 단계 앞선 개념이다. 다국적 기업이 후진국에서 아동 노동과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유발한 것을 계기로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