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펀드 고공행진… 다른 원자재는 비실

미국의 가뭄과 폭염으로 촉발된 세계 곡물 가격 급등은 유럽발 위기에 휘청거리는 세계 경제에 새로운 근심거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농산물 펀드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치솟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농산물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최근 3개월 수익률이 20~30%에 육박할 만큼 대박이 났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이 워낙 급등락이 심한 데다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지는 기색을 보이고 있어서 섣부른 뒷북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농산물 펀드·ETF 수익률, 다른 원자재 펀드 압도

투자자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농산물에 투자하는 방법은 농산물 펀드를 통해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된, 농산물이 포함된 원자재(commodity) 펀드 20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8.6%로 유럽 주식형(6.5%), 신흥국 채권(3.2%) 펀드 등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원자재 중에서도 유독 농산물 가격만 치솟다 보니 농산물 펀드들이 투자 지역과 대상을 막론하고 수익률 최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농산물 펀드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해외 농산물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와 농산물 관련 주가지수에 투자하는 파생형 펀드가 그것이다. '그게 그것 아닌가' 생각하기 쉽지만 수익률은 영 딴판이다. 가령 농산물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도이치 DWS에그리비즈니스 증권자투자신탁[주식]'과 '블랙록월드 애그리컬쳐 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H)' 등은 3개월 수익률이 각각 5.9%, 1.7%에 그쳤다. 반면 지수에 투자하는 '우리 애그리컬쳐 인덱스플러스특별자산투자신탁'은 3개월 수익률이 28.4%에 달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농산물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콩과 농산물 전반에 투자하는 'KODEX 콩 선물(先物)'과 'TIGER 농산물 선물' ETF는 올 들어 가격이 각각 43%, 26% 상승했다. 반면 금에 투자하는 'KODEX 골드선물'은 상승률이 4%에 그쳤고, 원유에 투자하는 'TIGER 원유선물'은 오히려 9% 하락했다.

◇가격 한풀 꺾였다 지적도

최근 농산물 가격 폭등의 원인은 미국 곡창지대의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1차적 원인이지만, 투기 세력들이 가세하면서 가격의 혼란이 증폭됐다는 분석이 많다. 신한금융투자 선성인 연구원은 "곡창지대의 가뭄에다 생산·재고 전망도 나빠지며 수급 우려가 제기되자 투기 세력이 급속히 유입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을 고비로 농산물 가격이 주춤하고 있는 데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수익 실현에 나서고 있어 추종 매매는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최근 대부분의 농산물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간 탓에 국내에 판매되는 원자재펀드에서 최근 1개월 새 110억원이 유출됐다. 지난달 하순 하루 평균 4만주를 웃돌던 KODEX 콩 선물 거래량도 최근엔 2000~3000주로 뚝 떨어졌다. 과거 2007~2008년과 2010년 중반에도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뒤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바람에 농산물 투자 상품의 단기 수익률은 좋았지만 중장기 수익률은 떨어지는 패턴을 보였다.

삼성선물 임호상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장차 곡물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투기 세력 유입의 원인 중 하나인 미국과 유럽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 국제 곡물 가격은 당분간 조정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