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뚝뚝… 그래도 오디션 프로 쏟아지는 '기현상'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케이블 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슈스케)4'가 17일 첫 방송을 앞두고 1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청중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막식'을 열었다. 서인국, 울랄라세션, 장재인 등 역대 슈스케 출신은 물론 손승연, 더블K 등 자사의 다른 오디션 프로 출신 가수들까지 불러 모았다. 시즌 1~3만 해도 개막식을 따로 갖지 않았던 이 프로가 이처럼 대대적으로 세를 과시하며 개막을 알린 데 대해 전문가들은 "그만큼 이번 시즌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오디션 프로 '공급자' 격인 방송사들의 의욕과 물량 공세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프로그램 숫자도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시청률은 정체 또는 하향 추세를 보이는 등 '수요자' 격인 시청자들의 관심은 시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오디션'을 검색하면 자동 완성되는 검색어 중 하나가 '오디션 프로그램 지겨워'일 정도다. 최고 인기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 개그우먼 신보라가 "오디션 프로그램 지겨워!"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일까지 있었다. "수요(시청률)는 떨어지는데 공급(오디션 프로 숫자)은 늘어나는, 한국 방송계만의 기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디션 '공해(公害)'

2009년 슈스케1이 처음 등장해 성공한 이후 한국 방송사들은 너도나도 오디션 프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1년간 방영된 공중파·케이블의 오디션 프로만 10개가 넘는다. 올 하반기만 해도 슈스케4를 비롯해 '위대한탄생3'(MBC) 'K팝스타2'(SBS) '내생애 마지막 오디션'(KBS) 등 오디션 프로 5개가 출격 대기 중이다.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장르도 다변화해 가수는 물론 패션모델, 요리사, 작곡가, 광고 제작자까지 오디션 프로를 통해 뽑는다. '마스터셰프코리아' '도전수퍼모델코리아' '보이스코리아' 같은 프로그램은 외국에 돈을 주고 포맷을 사와서까지 만들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관심은 시들해지고 있다. 최고 시청률 기준(AGB닐슨)으로 슈스케3(12.3%)는 시즌2(17.8%)보다 못했다. 공중파에선 K팝스타가 19.5%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위대한탄생2'(17.4%)는 20%를 넘겼던 시즌 1보다 내려갔다. 엠넷의 '쇼미더머니', tvN의 '코리아갓탤런트2', jtbc의 '메이드인유' 같은 프로도 시종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 막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 김원씨는 "비슷한 형식의 프로가 반복되다 보니 시청자들이 식상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의 범람은 뭔가 하나 히트하면 우루루 몰리는 한국 방송사들의 제작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우리처럼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이 떼 지어 나왔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한 공중파 예능 PD는 "인구가 1억이 넘는 중국의 한 성에서도 오디션 프로가 유행했다가 4년이 지나 흐지부지됐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그 반도 안 되면서 여기저기서 (오디션을) 하니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방송은 왜…

현실이 이런데도 방송사들이 계속 오디션 프로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오디션은 다른 프로에 비해 적은 제작비로 이목을 끌기 좋아 시청률이나 주목도 면에서 아무리 못해도 어느 정도 기본은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디션 프로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기획사를 통해 가수로 데뷔하려면 10대 초중반부터 연습생을 거쳐야 하는데 이 시기를 놓친 20대 가수 지망생들이 오디션 프로에 몰린다"며 "이들이 오디션 프로의 연명줄인 셈"이라고 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시청자들로선 오디션 프로에 식상 하면서도 우승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희망을 갖게 되기 때문에 또 계속 보게 된다"고 했다. 김작가씨는 "한국은 음악이 소비·유통되는 과정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며 "따라서 오디션 프로의 난립은 모든 음악을 오디션이라는 방송의 틀에 가둬버릴 위험까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