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하는 록, 때론 구슬픈 블루스… 뉴욕 1년 반 생활 여기에 담았죠"

"화려하지 않고 간결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담으려 했는데, 한국팬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군요."

아일랜드산의 '음악의 방랑시인'이 돌아왔다. 글렌 한사드(42). 2006년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 여정과 사랑을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 '원스'의 남자 주인공으로 영화팬은 물론 음악팬들의 가슴에까지 깊은 여운을 남긴 그가 새 앨범 '리듬 앤드 리포즈'를 발표했다.

그의 음악인생 출발점인 록 밴드 '더 프레임즈'도, 연인 시절 '원스'에 함께 출연한 마르게타 이글로바와 결성한 '스웰시즌'도 아닌 '글렌 한사드' 이름으로 내는 첫 앨범. 그는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1년 6개월의 뉴욕 생활 중 만든 노래들로 채운 앨범"이라고 했다. "뉴욕은 포크 싱어들의 고향 같은 곳이죠. 제가 살던 옆집도 밥 딜런이 살았던 곳이에요. 집에 틀어박히다시피 하며 책을 읽고 기타를 연주하다 만든 노래들입니다."

한사드는 이번 앨범 안에서 어쿠스틱 악기들의 소박한 연주 속에서 읊조리듯 노래하는 포크 싱어(하이 호프), 절규하는 로커(버드 오브 서로), 짜내듯 구슬피 노래하는 블루스 가수(더 스톰, 잇츠 커밍) 등으로 다채롭게 변신해 눈길을 끈다.

2008년 아카데미 주제가상(폴링 슬로울리)까지 받은 '원스'로 벼락스타가 된 한사드. 살짝 잊히기 시작했던 그의 존재는 올해 다시 화제가 됐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만들어진 '원스'가 지난 6월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기 때문. 이 뮤지컬 삽입곡들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한사드는 "처음엔 뮤지컬로 만드는 것에 강하게 반대했었다"고 했다. "무척 놀랐지만 지금은 안심이 됐다… 이 말이 적절할 것 같네요. 제가 많이 반대했던 건 '원스'가 아름다운 영화로만 기억되도록 하는 게 원작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제 고향 아일랜드에는 뮤지컬 극장이 거의 없어 뮤지컬이라는 게 별것 아니고 진부한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는 "그러나 제작진이 배우를 캐스팅하고 뮤지컬로 만드는 과정에서 원작 영화에 대한 존중을 보여줘 안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스'를 본 이들이라면 '그 여자' 마르게타 이글로바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을 터. 연인에서 음악 동지로 쿨하게 관계를 정리했다는 두 사람은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15일 서울서 공연을 가졌던 이글로바는 한사드의 이번 앨범 수록곡 '왓 아 위 고너 두'에 목소리를 보태기도 했다. "마르게타를 처음 만나기 전에 만든 노래예요. 연인으로 끝났지만 편한 친구로 뉴욕에서 어울리다 우연히 곡을 들려줬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하길래 함께 부를 것을 제안했죠. 마르게타가 다녀갔으니 이제 저도 서울을 찾을 차례인가요? 늘 가고 싶은 공연지로 점찍어뒀어요. 아마 내년쯤이 될 듯합니다." 그는 그러나 "두 사람이 스웰시즌으로 다시 뭉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우리는 여전히 친하고 가깝다. 하지만 음악만을 위해 만나는 건 좀…"이라며 말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