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비상구' 채권

지난 7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이후 안전자산의 대표 주자로 꼽혔던 정기예금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1년 만기 예금이자가 연 3%대로 주저앉으면서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불거지면서 예금의 실효성에 물음표를 찍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자 예금을 대신하는 안전한 대안 투자처로 채권이 급부상하고 있다. 예금처럼 만기 때까지 기다리면 약정 이자를 보장받을 수 있으면서 주식처럼 필요한 시기에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유동성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개인들의 채권 투자금액(장외 거래 기준)은 2007년 1조원대에 불과했지만 최근 7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물론 채권은 예금처럼 예금자보호법 대상은 아니어서 자칫 잘못 투자하면 목돈을 날릴 수도 있다. 과연 예금과 채권은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머니섹션M은 은행 정기예금 예찬론자인 '고집'씨와 재야의 숨은 채권 고수로 꼽히는 '온순'씨를 초청해 돈 되는 재테크 대담을 개최했다. 자산관리 전문가인 안병원 삼성증권 도곡지점 PB가 사회자로 참석했다.

사회: 오늘 머니섹션M이 마련한 재테크 대담에 10억대 자산가인 고집씨와 온순씨가 나와주셨습니다. 고집씨, 정말 예금만 갖고서도 재테크가 가능한가요?

고집: 네. 전 지금까지 줄곧 예금만 해왔어요. 간혹 주변에서 펀드나 주식을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듣긴 했죠. 하지만 또박또박 확정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이 저한테는 체질에 더 맞았어요.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되니까 더 안심이죠. 은행보다 이자 더 주는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도 이용했는데, 요즘은 불안해서 은행만 거래합니다.

사회: 그렇다면 온순씨는요?

온순: 네. 저도 예금에 돈을 넣어본 적이 있지만 예금 이자가 자꾸 낮아지니 관심이 시들해지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채권 투자에 눈을 뜨고 투자에 나섰어요. 예금 이자보다 금리가 약간 높은 우량 회사채에 주로 투자했는데, 수익이 꽤 좋았답니다. 금융 위기 시절엔 10%가 넘는 대기업 회사채가 많았는데, 이런 것들만 골라 투자해서 돈을 불렸어요. 요즘은 신용 위험이 없는 국채나 신용도가 높은 공사채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어요.

사회: 그래도 채권은 아직까진 생소하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온순: 채권은 주식처럼 장내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장외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보가 제한적인 편이죠. 하지만 1만원만 갖고서도 쉽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10년 이상 장기채 절세상품 인기

사회: 채권은 예금과 달리 절세 혜택이 있다면서요?

온순: 10년 이상 장기 채권의 경우엔 분리 과세(30%)를 선택할 수 있어요. 금융 소득이 많은 경우엔 최대 38%까지 세금을 내야 하는 예금보다야 유리하죠. 다만 최근 나온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보면 2013년부터 발행되는 채권은 3년 이상 보유해야만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하네요. 이미 나온 채권 물량은 보유기간에 상관없이 분리 과세를 선택할 수 있으니 앞으로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아요.

고집: 채권이 절세상품이란 건 오늘 처음 알았네요. 그래도 전 불안해요. 채권은 매일매일 가격이 변동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잖아요. 지금처럼 저금리에 채권을 샀다가 금리가 오르면 손해 아닌가요? 저는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정기예금이 가장 좋아요.

온순: 채권은 화려하진 않아도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는 매력적인 투자처예요. 하지만 요즘은 너무 저금리다 보니 채권도 아쉬워졌어요. 그래서인지 정기예금에도 눈이 가네요. 요즘 특판 정기예금 금리가 1년 만기로 최고 연 4%(신규 가입)나 되더라고요.

◇추가 금리 인하시 기대 수익 연 5%

고집: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요즘 얼마나 되나요? 연 3.1% 정도죠? 지금 예금에 넣으면 4% 먹을 수 있는데 굳이 채권을 살 필요가 있나요?

온순: 당장 1년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채권보다는 특판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금리 측면에서야 유리하겠죠. 하지만 앞으로 저금리 추세가 계속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고집: (귀를 쫑긋 세우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온순: 네. 수익률 3.1%짜리 10년 만기 국채를 예로 들어볼게요. 한국은행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한두 번 더 내려서 채권금리가 0.25%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채권가격은 상승) 약 2%의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기대 수익이 연 5%대로 훌쩍 뜁니다. 지금 종자돈 5000만원을 예금에 넣으면 1년 수익이 세전 200만원(연 4% 기준)이지만 같은 금액을 채권에 투자하여 1년 후 금리가 0.25%포인트 이상 내려가면 1년 수익으로 세전 약 255만원은 나온다는 얘깁니다.

사회: 지금 당장은 채권의 확정 수익이 예금보다는 낮아 보이지만 향후 저금리 추세가 나오는 등 시장이 변화하면 초과 수익이 생겨서 최종 성과도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고집: 예금은 만기가 되기 전에 해지하면 이자 손해를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채권은 저금리가 진행되는 시기엔 만기 전에 팔아도 손해가 없다고요?

온순: 네. 그렇습니다. 물론 거꾸로 경기가 호전되어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 중도 매매하면 채권도 원금 손해를 볼 수 있죠. 이런 경우엔 만기까지 보유해서 표면금리를 챙기는 전략이 유리합니다. 또 10%대 높은 수익을 준다는 채권이 간혹 있지만 한순간에 몽땅 잃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고수익을 원해도 7~9% 수준에서 그쳐야 합니다.

사회: 많은 분이 오늘 고집씨와 온순씨의 재테크 대담에서 재테크 힌트를 얻으셨길 바랍니다. 오늘 나와주신 두 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