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빈집·주민센터 등 부산 공간들 변신 러시

상수도 가압장, 주민센터(동사무소), 목욕탕, 빈 집, 기차역….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이런 건물, 공간들이 눈부신 변신을 하고 있다. 문화공간, 쉼터, 갤러리, 북카페 등 그 변신의 폭도 넓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 '주례문화공터'. 지난 봄까지만 해도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인 '상수도 폐가압장'이었던 곳이다. 지난 3월부터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공터'로 바뀌었다. 건물 앞 작은 화단엔 ET처럼 생긴 우주인 조형물이 있고 건물 안에선 조선통신사 행렬 악기 제작 체험, 폐파이프 등으로 만들어진 악기들을 연주해보는 에코 오케스트라 체험 등이 이뤄진다. 때론 인근 주민들이 모여 의논을 하고 작은 잔치를 벌이는 '별다방'이 되기도 한다.

'주례문화공터'에선 개관 이후 별다방이 11차례 열렸고, 유치원·초등학생 등의 체험 투어도 11차례 이어졌다. 그동안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모두 1200여명에 이른다. 지난 3일 부산진구 범천4동 상수도 폐가압장이 '신암 어르신 쉼터'로 재탄생했다. 이 쉼터 1층엔 책을 읽으며 차와 음악을 즐기는 북카페, 2층엔 각종 강좌·영화감상 등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마련됐다.

남구 문현동 폐가압장도 '문현아트센터'로 새단장 중이다. 오는 28일 문을 열 이 아트센터는 2층에 연면적 177㎡ 규모. 1층에는 예술가나 프로그램 참여자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2층에는 프로그램 운영실·주민문화예술 창작교실 등을 위한 다목적 공간이 들어선다. 이 센터는 개관 후 매 주말 영어로 진행하는 미술강좌를 비롯, 종이접기·수채화·진흙공예교실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지역의 유치원생이나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목욕탕도 변신하고 있다. 부산 사하구 감천동 '감천문화마을'의 목욕탕이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1일 주민커뮤니티센터로 바뀌었다. 지하 1층·지상 4층에 연면적 562㎡ 규모인 이 센터는 도자기 공방, 카페, 갤러리, 문화강좌시설, 방문객 쉼터 등으로 이뤄졌다. 대형욕탕, 사우나실, 수도꼭지, 사물함 등 기존의 공중목욕탕 시설물을 그대로 활용, 인테리어를 해 자체로 하나의 '설치 미술'이기도 하다.

이곳은 예술작가 1명과 주민 2명이 상주하면서 도자기, 천연염색, 목공예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예술작품 전시·커피 및 예술품 판매, 인문학 강좌 개설·영화상영 등 주민들을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목욕탕의 진화'도 있다. 금정구는 지난달 말 도심 속 오지로 통하는 선두구동의 동네목욕탕 착공식을 가졌다.

이 목욕탕은 지난 50여년간 상수도보호구역·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목욕탕도 없는 이 동네 주민의 숙원을 풀어주기 위한 것. 금정구 측은 "이 목욕탕 건물에 이·미용실, 세탁소, 농산물 직거래장터 등도 들어서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목욕탕 건물이 여러 가지 기능을 하도록 하는 진화한 셈이다.

금정구는 지난 6월 서동시장 한쪽에 오랫동안 방치돼온 빈집을 개조해 '서동예술창작공간'을 개설했다. 빈집이 변신한 이 창작공간은 지상 2층, 연면적 529㎡ 규모로 다목적실, 전시실, 예술인 작업실, 강의실, 작은 도서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주민센터도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해운대구는 지난달 중순 지상 3층인 반여2동 주민센터를 지상 4층으로 증축했다. 증축된 4층은 현재 '제2문화교실'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선 탁구, 요가, 노래교실 등 동네 주민들을 위한 각종 취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7년 전 문을 닫은 기차역인 동구 수정동 부산진역도 미술전시와 창작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동구가 지난 봄 이 역에서 부산·독일간 국제 교류 미술전시를 한 데 이어 올가을 열리는 '2012 부산비엔날레'도 부산진역을 특별전 전시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측은 이 전시장에서 '신화적 우화' '움직이는 박물관' 등을 주제로 한 화가 21명의 작품 50여점을 설치,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