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850] 뱀에 대하여

인도의 요가경전에서는 뱀을 신성시한다. 쿤달리니 요가에서는 신(神)의 모습을 뱀으로 표현한다. 쿤달리니 요가의 설명에 의하면 인체의 아랫배 속에는 뱀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체 내부에 잠복해 있는 '쿤달리니(kundalini)'라고 하는 근원적인 에너지의 모습이 뱀과 같은 형상이라는 것이다. 이 뱀은 세 바퀴 반 정도 똬리를 틀고 잠을 자고 있고, 그 입으로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태이다.

관건은 잠자고 있는 이 뱀을 깨우는 일이다. 뱀을 깨우는 일이 각성(覺醒)이다. 깨우는 방법은 호흡, 명상, 요가동작(아사나) 등이 있다. 이러한 수행을 통하여 잠자던 뱀이 깨어나면 고개를 쳐들고 척추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인체 중심부에 수직으로 나 있는 '슈숨나'라고 하는 경락을 타고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뱀이 가슴을 통과하고, 이어서 목구멍을 통과한 다음에 이마에 있는 아즈나(지혜) 차크라를 통과하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분별심이 사라진다고 한다. 나와 너, 좌와 우, 물질과 정신, 유와 무, 성공과 실패, 적군과 아군, 안과 밖을 구별하는 마음이 사라진다.

이러한 구분과 분별에서 모든 갈등과 번뇌가 비롯된다는 것이 요가의 주장이고, 아랫배에서 출발한 뱀의 에너지가 이마 부분을 통과하면서 모든 대립이 사라진다고 본다. 인도의 전통놀이 가운데 하나가 바구니에 담겨 있는 코브라에게 피리 소리를 들려주어 코브라가 머리를 세워 춤추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도 쿤달리니 에너지가 각성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놀이로 보인다.

뱀은 또한 성적(性的)인 에너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생식기를 통하여 이성에게 전달되면 생명을 잉태한다. 에너지가 아래로 빠지면 생명을 잉태하지만, 위로 올라가면 해탈이 되는 셈이다. 성경에도 뱀이 등장한다. 이때의 뱀은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혹하는 사탄으로 나온다. 요가의 관점에서 해석하여 보면 뱀은 쿤달리니 에너지를 가리킨다. 이 쿤달리니 에너지가 각성되어 위로 솟구쳐 올라가지 못하고, 생식기를 통하여 성적인 에너지로 배출되면 선악과를 따먹은 상태가 된다. 선악과는 모든 분별(分別)을 상징한다. 분별이 생기면 인간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성(性)에서 성(聖)으로 가기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