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13년 만의 '부녀 상봉기'… 그런데 왜 이렇게 밋밋하지?

영화에 등장하는 '한물간' 록 가수들은 대개 비슷하다. 자신의 현 처지는 생각지 않고 잘 나갔던 시절 타령만 한다. 통장 잔고는 바닥을 쳤는데, 술은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민폐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반드시 그를 변하게 할 구원자가 나타난다.

영화 '제이니 존스'(감독 데이비드 M 로젠탈)에 나오는 에단 브랜드(알레산드로 니볼라)도 비슷하다. 술을 먹고 자신이 속한 밴드의 연주에 딴죽을 걸다 공연을 망치는 게 특기다. 취미가 투어 중 만난 여성과 스캔들 만들기라, 어느 날 메리 앤 존스(엘리자베스 슈)가 찾아와 "당신에게 딸이 있다. 난 마약 치료를 받아야 하니 딸을 맡아달라"고 말할 때 눈도 끔쩍 않는다.

영화의 초점은 어느 날 갑자기 만난 열세 살 딸 제이니 존스(아비게일 브레스린)와 아버지 에단의 동행이다. 제이니와 에단은 부녀(父女) 관계를 만들고자 애쓰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빠"라는 호칭도 "딸"이라는 표현도 없다. 다만 한 사람이 곤경에 빠지면, 다른 사람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설 뿐이다. 가족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동지'에 가까운 이러한 관계는 서로를 모르고 산 세월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이 현실성은 감독의 경험담이 영화에 담겼기 때문인 듯하다. 영화는 서로 존재조차 모르고 11년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딸을 만난 로젠탈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영화는 제이니를 통해서 에단이 달라지는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저 "아무것도 생각 안 나. 머릿속은 온통 잿빛"이라고 노래하던 에단이 딸 제이니와 함께 "허리케인이 몰려와도 물러서지 마. 거센 강줄기 속에서도 사랑을 찾아 그 사랑을 나누자"는 듀엣곡을 부르는 정도다. '구원스토리'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이런 밋밋한 이야기에 헛헛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아역배우 아비게일 브레스린의 연기는 전작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그가 보여줬던 재능이 결코 일회성이 아님을 증명해준다. 아일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젬마 헤이즈가 참여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화면도 따뜻하다. 23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우리 엄마만 최악인 줄 알았는데…." (에단을 문전박대하는 할머니를 보고 속이 상한 제이니가 하는 말. 이 말로 에단과 제이니는 완벽한 '동지'가 된다.)

#장면 에단과 제이니의 듀엣공연 장면. (읊조리는 듯 편안한 에단의 노래가 제이니의 화음에 유채색으로 변한다.)

#이런 분들 보세요 '라디오 스타'나 '크레이지 하트'를 재미있게 봤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