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상증자·CB(전환사채)발행 크게 줄어

올해 증시엔 줄어든 것 천지다.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고, 상장사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도 크게 줄었다.

◇증시 전망 흐림…자금 조달 쉽지 않네

올 들어 유상증자와 주식 관련 사채 발행대금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7월까지 집계된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발행공시 기준으로 올해 유상증자 규모는 약 5조348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6조5890억원)의 80% 수준이다. 특히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금액이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다.

주가가 오르면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bond with warrant·정해진 조건에 따라 신주를 받을 수 있는 회사채)와 전환사채(CB·정해진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도 지난해보다 발행 규모가 줄었다. 특히 빌려준 돈 대신 주식을 받는 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오성근 하나대투증권 ECM부 이사는 "유상증자나 BW는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해당 종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야 발행이 잘 된다"며 "증시에 대한 전망이 불안한 데다 기업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주가가 낮자, 상장사들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포기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 투자도 인기가 예전만 못하긴 마찬가지다. 신주를 발행할 때는 통상 기준일 주가보다 20~30% 더 싸게 발행하기 때문에, 유상증자 공모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다.

지난 7일 집계된 코스닥업체 에스이티아이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는 청약률 41.9%를 기록했다. 지난달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나섰던 대양금속은 청약을 앞두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유상증자 청약률이 0%를 기록했다.

◇BW에 돈 몰려도 결과 따라 주가 차별화

그나마 다소 발행이 이뤄지는 것이 BW다. BW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둔 값에 새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 BW는 해당 업체의 주가가 오르면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시세 차익을 얻고, 주가가 오르지 않았을 때는 채권에 표시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BW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좋은 것 역시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얘기한다. 증시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차익을 얻기 어려운 CB보다 채권 금리만큼 이익을 볼 수 있는 BW가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인 만큼 그만큼 증시 상황이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7일 STX가 공모한 BW 1000억원에는 청약자금이 4조7000억원 유입됐다. 대한전선 계열사 티이씨앤코는 지난 9~10일 BW 150억원을 모집했는데, 약 4800억원이 몰려 청약경쟁률 32대 1을 기록했다. 지난 6월 BW 440억원을 일반공모한 STS반도체의 경우, 약 2조6700억원이 몰리면서 청약경쟁률도 60대 1을 넘겼었다.

좋은 조건에 BW를 발행한 업체는 주가도 상승했다. 코스닥업체 인텍플러스는 최근 5년 만기 이자율 0.5%에 BW를 발행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3.0%)보다도 훨씬 낮았지만, 현대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투자 차원에서 인수에 나섰다. 이 때문에 해당 업체가 탄탄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며 주가도 상승했다.

다만 BW 발행에서도 외면을 받은 업체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코스닥상장사인 위지트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BW 발행을 추진했다가, 투자자들의 무관심 속에 청약이 무산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위지트는 주가도 10% 가까이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