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좋은 것만" 불황도 비켜간 키즈 산업

지난 14일 이마트 서울 은평점을 찾은 두 살짜리 아기 엄마 이정아(30)씨의 쇼핑 카트엔 유기농 베이비주스와 190mL 두유(16개), 기저귀 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씨는 이마트가 아기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맘키즈(mom-kids) 클럽' 회원이다. 그는 "1만8000원인 두유(16개)를 회원들은 1만2000원에 살 수 있고, 아동용품을 최대 50%까지 할인해 줘 엄마들 사이에 인기"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에도 불구하고 올 6월 이마트 '맘키즈 클럽' 회원들의 상품 구매액은 1월보다 30% 뛰었다. 별도 연회비도 없어서 회원이 전국적으로 100만명을 넘는다.

맘키즈 클럽의 인기는 불황 속에서도 성장하는 키즈(kids) 산업의 현황을 잘 보여준다. 유통업계는 "젊은 엄마들이 자신을 위한 소비는 줄여도 자녀에게 들어가는 돈은 절대 줄이지 않는다"며 "'내 아이에게는 최고로 좋은 것만 주겠다'는 부모의 의욕과 자녀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불황을 모르는 키즈 산업

불황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 인기가 꺾였다는 말은 키즈 산업에선 통하지 않는다. 롯데백화점에선 올 상반기 '구찌 키즈' '버버리 칠드런' 등 프리미엄 아동복 브랜드 매출이 작년보다 늘었다. '구찌' 브랜드의 아동용 버전인 '구찌 키즈'가 외국에서는 일반 매장 안에 조그만 코너로 운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백화점에선 독립매장을 꾸밀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롯데백화점은 올 4월 잠실점에 유명 아동복 브랜드 '폴 스미스 주니어' 매장도 국내 최초로 개설했다.

의류에 이어 최근 눈에 띄게 성장한 키즈 상품은 유기농 이유식이다. 작년 일본 원전 사태 등으로 인해 아이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본점과 강남점에 수입 이유식 브랜드와 유아용품으로 구성된 '베이비&키즈' 구역을 별도로 만들었다. 이유식용 다진 고기의 7월 매출은 1년 전보다 32% 늘었다. 고구마와 멸치 같은 천연 재료로 만든 이유식 분말도 작년 대비 25% 매출이 올랐다.

임훈 상무는 "'조금 비싸더라도 내 아이에겐 안전한 음식을 먹이겠다'는 엄마들이 많아서 다양한 유아 전용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는 동심(童心) 잡기 경쟁

장기 침체로 고전하는 유통업계는 키즈 산업을 탈출구로 삼아 어린이 전용상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카푸치노'와 '카페라떼'의 어린이 버전인 '베이비치노'와 '베이비라떼'를 출시했다. 핫초콜릿을 넣고 용량은 일반 커피의 절반 수준(184mL)인 어린이 전용 신제품이다. 회사 측은 "아이를 데려오는 엄마들이 '우리 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메뉴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이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이벤트도 많다. 현대백화점은 여름방학 기간에 '생물 체험전'을 열었다. 점포별 일일 관람객이 1500명으로, 지난해보다 2배로 늘었다.

외식업체 빕스도 다음 달까지 5개월간 전국 8개 매장에서 어린아이들의 식습관을 고쳐주는 '어린이 건강교실'을 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이들이 몰리면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와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