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블랙박스로 車보험료 줄이기 붐

서울 시내에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A(42)씨의 2000㏄ 승용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진 매일 24시간 아파트 주차장만 지킨다. 주말에도 멀리 나가는 일은 많지 않아 차를 산 지 7년이 됐지만 계기판의 주행거리는 4만㎞가 조금 넘는 정도다.

그는 "한 해에 차를 6000㎞도 안 타는데 보험료는 매일 차로 장거리를 뛰는 사람들과 똑같이 50만원 안팎을 내자니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긴축의 시대. A씨처럼 생각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새로 선보인 마일리지 보험에 앞다퉈 가입했다. 마일리지 보험이란 연간 주행거리가 7000㎞ 이하인 운전자에게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16%까지 깎아주는 상품. 출시 약 8개월 만인 지난 10일까지 101만2502건이 팔려 자동차보험 분야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들어 새 자동차보험 계약 중 절반가량이 마일리지 보험으로 가입하고 있어 연말까지는 판매 건수가 20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판도 뒤흔드는 마일리지 보험

'마일리지 보험'의 보험료 할인율은 보험사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주행거리 3000㎞ 이하면 11~13%, 5000㎞ 이하면 8~9%, 7000㎞ 이하면 5~6% 정도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마일리지 보험은 손보업계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형사들이 마일리지 보험 판매에서 상위권에 대거 진입했기 때문이다. AXA손보가 18만7700여건을 팔아 마일리지 보험 판매 순위에서 삼성화재(22만7700여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더케이손보(9만2100여건), 메리츠화재(9만1800여건)도 4위와 5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반면 손보업계 빅4에 속하는 현대해상, LIG손보는 마일리지 보험 판매 순위에서 6위, 9위로 밀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가 마일리지 보험 시장에서 계속 치고 올라오면 업계 순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보험료가 손보사 전체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하기 때문에 마일리지 보험 판매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소형사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일리지 보험의 확산은 자동차보험료를 끌어내리는 효과도 발휘하고 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마일리지 보험 100만건 판매의 영향으로 자동차 보험료가 평균 1% 하락했다"며 "마일리지 보험 판매가 늘어날수록 자동차 보험료도 더욱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보험료, 제값 다 주면 바보"

그렇다면 연간 주행거리가 7000㎞를 초과해 마일리지 보험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보험료를 아낄 수 있을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無)사고 경력을 쌓는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는 '다이렉트 보험' 상품을 택하면 보험료를 10~15% 절약할 수 있다. 가입 방식만 다를 뿐 서비스 내용은 똑같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설계사 인건비 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보험료를 깎아 주는 것이다.

각종 특약(特約)을 십분 활용해도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 평일 중 하루 자동차를 쓰지 않기로 약속하는 '요일제 특약'에 들면 보험료가 평균 8.7% 절감된다. 다만 요일제 특약은 마일리지 보험과 중복해서 할인받지 못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고 경위를 밝힐 수 있는 블랙박스를 차에 장착하면 보험료를 3~5% 깎아준다. 운전자의 나이를 35세 이상 등으로 한정해도 보험료 할인 혜택이 생긴다.

서민우대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가 최대 17.3% 할인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더라도 연식 5년 이상인 1600㏄ 이하 승용차, 1.5t 이하 화물차를 가진 사람이 나이 30세 이상, 부부 합산 연간 소득 4000만원 이하 등의 조건을 갖추면 서민우대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