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소리만 생각했다… 디자인 덩달아 뜨더라"

"사실 디자인할 때 패션에 대한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그저 음악 하는 사람들을 단숨에 매료시킬, 정말 소리가 좋은 헤드폰을 만들려고 했을 뿐이다. 그게 유행을 주도하는 유명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뜻밖의 결과가 나온 거다." (웃음)

수영선수 박태환과 가수 레이디 가가(Gaga)가 즐겨 착용해 화제를 모은 헤드폰 '비츠 바이 닥터 드레(beats by dr. dre)'를 두고 패션 업계 사람들은 "의도와 결과물이 다른 경우"라고들 말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소리를 충실히 구현하는 헤드폰을 만들었을 뿐인데, 뜻밖에도 이 제품이 패션 액세서리처럼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에미넴(Eminem), 윌아이엠(will.i.am), 저스틴 비버(Bieber) 같은 외국 스타부터 박태환, 구자철, 쑨양(孫楊), 우사인 볼트(Bolt), 마이클 펠프스(Phelps) 등 유명 운동선수들이 이 헤드폰을 자주 착용하면서,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 헤드폰을 장식처럼 걸치고 다니는 게 일종의 유행처럼 돼 버렸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비츠 바이 닥터 드레'의 사장 루크 우드(Wood)는 "패션 상품처럼 만들려고 하지 않은 게 인기 비결 같다"고 했다. "요즘 많은 헤드폰이나 스피커가 화려한 겉모양에 신경 쓴다. 우린 정반대로 순수하게 소리에 집중했다. 겉모습은 최대한 간결하게 하는 대신 그 안에 혁신적인 음향 효과를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도 단순하다. 루크 우드 사장은 "어느 날 전설적인 힙합 뮤지션 닥터 드레가 농담처럼 '내 이름을 붙인 스니커(운동화) 하나 만들까'라고 하기에, '아니, 스피커를 만들자'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겉모양은 미국 애플(Apple)의 노트북 '파워북'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로버트 부르너(Brunner)가 디자인했다. 우드 사장은 "젊은 취향에 맞춰 최대한 장식을 배제하고 말끔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헤드폰은 어떻게 패션 액세서리처럼 유행하게 된 걸까. 우드 사장은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의 덕을 많이 봤다"고 했다. "스포츠 스타들은 연습하고 경기에 임할 때 항상 집중을 해야 한다. 이때 헤드폰을 끼면 외부 소리가 안 들려서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굳이 제품을 홍보하지 않아도 이들이 우리 제품을 끼고 연습하고, 전 세계를 다니며 훈련을 하니 움직이는 광고판이 따로 없었다."

우드 사장은 "유행을 만드는 건 의도가 아니라 흐름인 것 같다"고 했다. 젊은 음악인과 스타가 열광할 만한 요소를 결합해 제품을 내놨더니, 그들이 실제로 반응했고, 그걸 본 대중이 따라 착용하기 시작했다는 것. 우드 사장은 "소리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패션을 비롯한 대중문화 전반에 민감하고, 이들이 결국 유행을 창조한다. 우리는 그 흐름에 맞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