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래는 '남의 목소리'가 들려야 뜬다?

가온차트가 발표한 8월 셋째 주 인기가요 100곡 중 14곡이 피처링(featuring·가수가 다른 가수의 노래에 참여해 랩이나 보컬을 도와주는 것)곡이다. 최근 발표된 앨범들을 보면 피처링이 가요계의 중요한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수 싸이는 지난달 발표한 6집 '싸이육갑 파트1'에 수록된 6곡 중 '강남스타일'을 제외한 5곡에 다른 가수의 피처링을 넣었다. 강남스타일의 후속편 '오빤 딱 내 스타일'은 포미닛 멤버 현아가 피처링했으니 사실상 전곡에 피처링이 들어간 셈이다. 6월 6집 'JP6'을 낸 래퍼 김진표 역시 11곡 중 9곡에 지나 등 다른 가수의 목소리를 넣었다. 힙합가수 버벌진트의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 '10년동안의 오독1'도 아이비, 10㎝의 권정열 등 화려한 피처링진이 10곡 중 7곡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앨범 상당수에 '다른 가수 목소리'가 들어갔다는 뜻이다. 피처링에 대해 궁금한 점을 알아본다.

①왜 피처링을 하나?

음악적 표현의 폭이 넓어진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버벌진트는 '오독1'을 낸 뒤 본지 인터뷰에서 "음악적으로 혼자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지점에 도전하기 위해 피처링을 한다"고 했다.

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가요계 전반의 시각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신인 가수 앨범에 같은 소속사 유명 가수가 피처링을 해주거나, 가수가 아닌 방송인·개그맨 등이 피처링에 참여해 이슈를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MC 유재석은 '형돈이와 대준이'의 '올림픽대로'에, 개그콘서트 서수민 PD는 '용감한 녀석들'이 발표한 '아이(I) 돈 케어(Care)'에 각각 피처링했다.

②힙합 가수들이 피처링을 많이 하는 이유는?

피처링을 활발하게 하는 가수 중에는 힙합 래퍼들이 많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최광호 사무국장은 "힙합은 가수들이 '크루(crew)'라고 불리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음악적 교류를 활발하게 해오고 있는 분야"라며 "반복되는 코드에 맞춰 여러 래퍼가 개성 있는 랩을 선보이는 '루핑'이 발전해온 장르라서 여러 가수가 한 곡에 참여하는 데도 익숙하다"고 했다.

③피처링 부분은 피처링하는 가수가 직접 작사·작곡할까?

장르에 따라 다르다. 발라드 가수가 보컬로 피처링에 참가할 경우 원곡의 작사·작곡가가 만든 멜로디와 가사를 부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래퍼가 피처링할 때는 랩을 직접 쓰는 일도 많다. 래퍼마다 자신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절이 있기 때문에 랩 부분의 가사가 미리 나와도 원저작자와 상의한 뒤 자기 '입에 맞게' 고쳐 부르기도 한다.

④피처링과 듀엣의 차이는?

두 가수가 비슷한 비중으로 노래하는 이중창을 듀엣이라고 한다면, 피처링은 게스트의 입장에서 돕는 것을 말한다. '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이상 돼야 듀엣'이라는 식으로 둘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⑤피처링하는 가수는 돈을 받나?

'가창료'라는 게 있지만 실제로 돈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친분 있는 가수들끼리 '술 한잔 사면서' 부탁하는 경우도 있고, 품앗이처럼 서로 피처링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⑥피처링곡의 경우 실연권료는 어떻게 나누나?

가창료와 별개로 피처링한 곡의 음원이 판매되면 실연권료가 발생한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따르면 실연권료는 일단 가창자(가수)와 연주자(악기 연주자와 코러스 등)가 반반씩 나눈다. 가창자는 노래에서 차지하는 분량에 관계없이 다시 사람 수에 따라 실연권료를 나눈다. 원곡 가수와 피처링 가수가 1명씩 있어서 가창자가 2명이라면, 연주자와 반씩 나눈 실연권료를 2명의 가수가 다시 반씩 나눈다.

이에 대해 "곡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다른데 똑같은 돈을 받는 건 불공평하다"는 의견과, "피처링으로 곡의 주목도가 올라갈 수 있는 만큼 분량만으로 기여도를 따질 수 없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노래가 히트해서 음원 판매가 늘어나면 피처링 가수도 수익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인지 한 가수는 "예전엔 서로 의리있게 피처링을 해주곤 했는데, 갈수록 노래가 히트할 수 있을지 내심 따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정답은… (원곡 가수-피처링 가수-곡명 순)

①김진표-지나 '미안해서 미안해' ②버벌진트-아이비 '완벽한 날' ③싸이-현아 '오빤 딱 내 스타일' ④용감한 녀석들-서수민 PD 'I 돈 Care'